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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아끼고 나누는 '카셰어링'을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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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아끼고 나누는 '카셰어링'을 아십니까?

입력
2017.01.16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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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나눠 쓰는 시대가 왔다. 호텔 대신 여행자에게 집을 빌려주고 수익을 내는 에어비앤비를 비롯해 많은 분야에서 공유 경제를 기반으로 삼는 사업이 활황이다. 카셰어링 서비스는 자동차 분야에서 공유를 실천하는 상징적인 예시다. 서비스의 원형은 지난 2000년 미국에서 창업된 짚카(Zipcar)로 알려졌다. 평범한 세 아이의 엄마인 로빈 체이스가 아이의 유치원에서 만난 학부모와 아이디어를 나눈 뒤 소규모로 설립했던 짚카는 자동차를 소유가 아닌 공유의 대상으로 삼는 오픈 플랫폼을 통해 사용자의 직접적인 참여를 끌어내며 큰 성공을 거둔다. 미국에서는 허츠(Hertz)가 만든 카셰어링 브랜드인 커넥트 등 메이저 업체 또한 가세해 공유 경제의 전파에 앞장서고 있는데, 로빈 체이스는 지난 해 서울을 찾은 창업 정신을 설파하기도 했다.

Figure 1카셰어링을 통해 1년 동안 운용할 현대 아반떼. 현대자동차 제공.
Figure 1카셰어링을 통해 1년 동안 운용할 현대 아반떼. 현대자동차 제공.

그렇다면 국내는 어떨까? 지난 2011년 10월 그린카가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뒤 이듬해 쏘카가 가세했고, 현재 모두 1만20,00대(2016년 9월 기준) 이상 운용차가 늘어났다. 하지만 국내에서 카셰어링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라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자신의 차를 타인과 함께 쓰면서 탄소 배출을 줄이고 수익까지 낸다는 진정한 의미의 미국식 공유와는 다른 차원이다.

특히 제34조(유상운송의 금지 등) 1항을 보면 '자동차대여사업자의 사업용 자동차를 임차한 자는 그 자동차를 유상(有償)으로 운송에 사용하거나 다시 남에게 대여하여서는 아니 되며, 누구든지 이를 알선(斡旋)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명백하게 금지한다. 개인이 소유한 자동차를 유상을 목적으로 타인에게 빌려주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법이며 운송 허가를 받은 자동차를 직접 안타고 타인에게 대여하는 것조차 금지되어 있는 것. 엄밀히 말해 국내에서 카셰어링 업체는 렌터카 운용의 영역인 셈이다. 자신의 자동차로 운송을 통해 수익을 내는 우버 서비스가 국내에서는 불법으로 막혔고 운송허가를 받은 우버 블랙만 고급 택시로 인가를 받은 개념과 같은 이치다.

개인적으로 지난 해 카셰어링을 자주 이용했다. 주차공간이 없었고 평일 낮 시간에 업무로 잠깐 쓰기에는 무척 편리한 서비스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보니 "카셰어링의 운영 주체가 되어보면 어떨까" 싶은 궁금증이 생겨났고 언젠가 기회가 생기면 꼭 직접 카셰어링의 주체가 되어보겠다고 생각해왔다. 호시탐탐 엿보며 기다리다 마침내 때가 찾아왔다. 쏘카의 제로카 셰어링 서비스에 신청했는데 5차에 당첨된 것. 실제 차를 운영하며 공유 경제의 소소한 단면을 알아가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Figure 2카셰어링 계약을 완료했다. 매월 43만7,800원을 내야 하는 족쇄일지 돈을 벌어줄 기회일지…
Figure 2카셰어링 계약을 완료했다. 매월 43만7,800원을 내야 하는 족쇄일지 돈을 벌어줄 기회일지…

쏘카의 제로카 셰어링은 모두 4번 진행된 바 있다. 월 사용료 19만8000원(부가세 제외)에 제공된 아반떼가 1차 모집의 시작이었다. 임대자는 쏘카와 수익을 절반(50%)으로 나눌 수 있어서 뜨거운 반응을 불렀다. 쏘카에 따르면 거의 절반(42.7%)에 가까운 1차 참여자가 월 대여료를 내지 않는데, 전략적인 마케팅 운용 상품이라는 생각이다. 1차 참여자 전체 평균 요금 할인율(77.6%) 또한 무척 높은 편이다. 쏘카는 지난 9월 1일부터 2차 참가자를 모집했는데 차종은 쌍용 티볼리로 진행됐다. 월 납입금은 29만8000원(부가세 제외)으로 10만원이 올랐고, 쏘카와 수익공유는 40%로 떨어져 불리해졌지만 괜찮은 조건이었다. 이후부터 수익공유는 운영자가 40%를 가져가는 비율로 고정됐으며, 3차와 4차에 걸쳐 쉐보레 스파크(24만8000원)와 기아 K5(44만8,000원)를 통해 모집을 접수했다. 개인적으로 3차 모집에 응모(차고지 파주) 접수했지만 탈락의 쓴맛을 본 적이 있다. 아마도 배후지에 거주하는 쏘카 사용자의 수를 기준으로 차고지를 선택하는 듯했다.

Figure 3카셰어링 합격(?)의 비결은 유동인구가 많은 상업지구에 주차장이 있는 것과 셰어링 동참 빈도를 상향시킨 것(?) 같다.
Figure 3카셰어링 합격(?)의 비결은 유동인구가 많은 상업지구에 주차장이 있는 것과 셰어링 동참 빈도를 상향시킨 것(?) 같다.

5차 응모에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 기분이 참 모호했다. 사람들이 많은 상업지구인데다가 건물 주차장이 쏘카존도 아니어서 무난한 합격을 예상하긴 했지만. 계약에 주저했던 이유는 매월 내가 내야 하는 금액이 43만7,800원(부가세 포함)이었기 때문이다. 1차와 비교하면 차종은 아반떼인데 요금은 두 배를 내야 하니 억울한 게 당연지사다. 하지만 누군가와 자동차를 함께 쓸 수 있는지 확인하고 국내판 카셰어링의 실체를 파악하기에 드는 비용이니 감수하기로 했다. 실제 사용하는 빈도를 일주일에 2번으로 계산하니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셰어링에 쓸 수 있다는 계산도 섰다.

당첨 이후 계약을 하는 과정에서 몇 번이나 귀찮은 일들이 발생했다. 일단 민영 주차장의 경우 주차장 ‘사용 확인서’라는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주차장 사업권을 가진 개인이나 사업자의 정보를 기입하고 도장과 함께 날인까지 받아야 하는 것. 주차장 주체가 사업자의 경우 사업자등록증까지 함께 제출하는 등 쏘카는 법적인 문제를 철저하게 대비했다.

사업자 대표 날인 때문에 서류 처리하는 과정에 무려 4일이 걸렸다. 꽤 귀찮은 경험이었다. 제공된 자동차 임대차 계약서를 꼼꼼하게 읽다 보니 사업자 주체(쏘카) 위주의 계약 조항이 무척 많았다. 높은 위약금으로 일방적인 계약 해지의 불가는 물론 기명 운전자는 2명 뿐(팀원이 3명이다)이고, 아반떼는 트림의 단일화로 인해 꼭 필요한 옵션(받은 차는 헤드램프가 할로겐이다)조차 넣지 못하는 불편도 있었다. 불미스러운 사고가 발생한다면 수리기간 동안 대차 또한 즉각 이뤄지지 않는다.

Figure 4현대의 베스트셀러 아반떼는 명실상부 대한민국 ‘국민차’다. 연재를 통해 냉철하고 정확한 사용기를 쓸 것을 약속 드린다.
Figure 4현대의 베스트셀러 아반떼는 명실상부 대한민국 ‘국민차’다. 연재를 통해 냉철하고 정확한 사용기를 쓸 것을 약속 드린다.

그래도 셰어링을 직접 실천한다는 경험 때문에 기분이 들뜬다. 게다가 일주일에 두 번 말고는 셰어링을 열어둘 생각이니 주말 공유를 통해 유지비가 크게 줄어들 거라는 예상도 즐겁다. 이 차를 통해 만나게될 사람들과의 인연도 기대한다면 김칫국부터 마시는 걸까? 셰어링의 쓸 아반떼는 자연스럽게 내구성 측정이 될 거고 1년 동안의 사용을 통해 날카로운 리뷰를 쓸 예정이니 재미 있는 기사는 덤으로 따라온다. 자동차 시장에 ‘제로’ 키워드를 내세우며 합리적 소비 열풍을 부른 쏘카의 카셰어링 프로그램이 정말 합리적인지 궁금하다. 물론 타게 될 현대 아반떼는 롱텀 시승기를 통해 소소한 것까지 상세하게 알려드릴 예정이다.

참, 쏘카의 제로카 셰어링은 차를 쓰지 않을 때 남들과 공유하면 매월 내야 하는 비용이 줄어드는 원리다. 공유 시간이 월 요금을 초과하면 현금을 받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하이패스 이용 요금과 주유금액으로 쓸 수 있도록 해놔서 실제 돈을 버는 구조는 아니다. 게다가 주차장 확보에 들어가는 비용은 쏘카가 아닌 제로카를 운영하는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주차장 임대 비용에 적지 않은 비용이 나가는 걸 잘 계산해보길 바란다. 제로카 셰어링의 신청 자격은 만 21세 이상 운전면허 취득 1년 이상이라면 누구나 가능하다.

한국일보 모클팀 moc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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