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일방주의 지지 기대한 네타냐후 노골적 반발
세계 70개국 외교관이 프랑스 파리에 모여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해결방안으로 ‘두 국가 해법(이스라엘ㆍ팔레스타인 두 독립국가의 평화공존체제 수립)’을 지지하고 나섰다. 그러나 최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이스라엘 측에 서서 일방주의 노선을 밀어붙이면서 ‘두 국가 해법’이 사실상 무력화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동평화의 축이되는 ‘두 국가 해법’이 트럼프 정부의 등장과 더불어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15일(현지시간) 파리에서 열린 중동 평화회담에는 주최국 프랑스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을 비롯한 70개국 대표들이 참석해 ‘두 국가 해법’만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의 유일한 해결법이라는 데 합의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최종적으로 팔레스타인 독립국가를 수립한다는 수년간 이어져 온 외교적 합의를 되돌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회담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물론 트럼프 당선인의 새 미국 정부 인사도 참석하지 않아 빛이 바랬다. 특히 네타냐후 총리는 15일 “파리 회담은 프랑스와 팔레스타인에 의해 조작된 회담이고 우리 국익을 침해하고 있다”며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네타냐후 총리의 강경한 태도는 트럼프 당선인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계산에서 나온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파리 회담을 가리켜 “어제 세계의 마지막 몸부림”이라고 비하한 후 “내일의 세계는 아주 가까이 와 있다”며 ‘트럼프 시대’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실제로 트럼프 당선인은 강경 친이스라엘 외교 노선을 예고하고 있다. 그가 신임 주이스라엘 대사로 지명한 데이비드 프리드먼은 “이스라엘의 항구적 수도인 예루살렘에서 대사직을 수행하게 되기를 기대한다”면서 주이스라엘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길 것을 암시했다. 예루살렘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어, 세계 각국이 팔레스타인의 입장을 고려해 주이스라엘 대사관을 배치하지 않는 곳이다.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이 20일 취임식 때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고 공개 선언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팔레스타인 정부는 파리 회담에 대표를 보내지 않았지만 회담 자체에는 환영의 뜻을 보였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대통령은 파리 회담 전날인 14일 바티칸 대사관 개설 기념 기자회견에서 “올랑드 대통령과 프랑스의 노력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날 아바스 대통령을 맞이한 바티칸의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대표적인 ‘두 국가 해법’ 지지자로, 바티칸은 그의 지도하에 2015년 팔레스타인을 독립국으로 승인했다.
파타당과 강경 무장단체 하마스로 분열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협상력 강화를 위해 다자간 협의와 국제사회의 지지에 기대면서 평화체제를 추구해 왔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이 자신의 공약대로 ‘두 국가 해법’을 일방적으로 무시할 경우 팔레스타인 역시 전면 강경 노선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서구 외교관들이 ‘트럼프 시대’가 촉발할 양측의 긴장으로 인해 전면 무력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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