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음식 전문가 선재 스님 ‘당신은 무엇을 먹고 사십니까’ 출간

선재스님은 "사찰음식은 삶과 생명의 가치를 헤아리면서 온전한 '나'를 만들어가는 수행의 방편"이라고 말했다. 불광출판사 제공

‘‘당신은 무엇을 먹고 사십니까’

국내 사찰 음식 최고 전문가인 선재(61) 스님이 최근 출간한 산문집 제목이기도 한 이 질문은 부처님이 집안에 어려움이 있거나 몸이 아파서 상담하러 온 이들에게 물었던 것이라고 한다. 모든 문제의 근원과 해답이 음식 안에 있다고 본 것이다. “부처님은 ‘식자제(食自制)가 곧 법자제(法自制)’라고 했습니다. 스스로 음식을 다스려야 법(진리)을 세울 수 있다는 뜻이지요. 그만큼 수행에서 먹을거리가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선재 스님은 12일 서울 강남구 수서동 전국비구니회관 법룡사에서 사찰음식 강의를 마친 뒤 한국일보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스님은 이날에만 직접 운전해 자리를 옮겨가며 두 차례 강의했다. 그는 “강의가 많을 때는 지방을 오가며 거의 1주일 내내 하는 때도 있다”고 했다.

‘선재 스님의 이야기로 버무린 사찰음식’ ‘선재 스님의 사찰음식’을 출간하고 끊임없이 강의를 이어 가고 있는 그가 또 책을 낸 건 이전과는 조금 다른 이유에서다. “이전 책이 사찰음식을 알리기 위해 쓴 거라면 이번 책은 독자들의 마음이 바뀌었으면 하는 생각에서 썼습니다. 사찰음식이 단박에 무언가를 바꿔줄 수는 없을지라도 오늘 내가 먹은 것은 무엇인지 한 번이라도 스스로 물어보는 기회가 됐으면 합니다. 내가 어떤 생각으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돌아본다면 삶의 태도를 바꾸는 작은 씨앗이 될 테니까요.”

사찰음식에서 그가 크게 강조하는 것은 두 가지다. 세상 모든 만물이 나와 하나이기에 나와 남이 둘이 아니라는 ‘자타불이(自他不二)’의 진리, 그리고 몸과 마음이 둘이 아니라 하나라는 것이다. “음식이 우리의 삶과 사상, 몸과 마음의 근본이기에 혀의 맛을 좇아갈 게 아니다”라고 스님은 강조했다. 여기에는 선재 스님의 경험이 담겨 있다. 20여년 전 간경화로 1년밖에 살지 못한다는 말을 들었던 스님은 사찰음식 문헌 연구에 전력을 다하느라 하루 두세 시간밖에 자지 않고 끼니를 대충 때우던 일상의 습관을 바꾸기로 했다. 과로와 수면부족, 스트레스를 피하는 한편 모든 가공식품을 끊고 제철 음식을 먹으며 명상과 염불로 마음을 다스렸다. 그 결과 딱딱하게 굳어 있던 간에 항체가 생기고 건강을 회복했다. 확률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스님은 “몸으로 겪으며 알게 된 사찰음식의 지혜를 사람들에게 전해야겠다는 데 마음이 모였다”고 했다.

선재 스님은 1994년 사찰음식에 대한 국내 최초의 논문인 ‘사찰음식문화연구’를 발표하며 사찰음식 전문가로 주목받았다. 지난해엔 조계종 첫 ‘사찰 음식 명장’으로 임명됐다.

사찰음식에 대한 그의 관심은 수라간 궁녀였던 외할머니와 독립운동가이면서 한의에 밝았던 아버지, 외할머니의 솜씨를 이은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았다. 스님은 “어머니는 제철에 나는 재료 하나로 열 가지 맛을 낼 줄 아는 분이었다”고 했다. 어머니가 해 줬던 된장찌개와 김치 맛을 잊을 수 없다는 그는 지금도 이 두 음식을 가장 즐겨 먹는다고 했다. “가공식품을 먹으면 바로 두드러기가 나면서 몸이 반응합니다. 그럴 때 된장국을 먹으면 다시 회복되곤 해요.”

선재 스님은 사찰음식이 한식이나 중식, 일식처럼 음식의 한 종류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사찰음식은 채식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선식(禪食)이라면서 “생명과 건강을 위한 게 채식이라면 사찰음식은 생명과 건강 그리고 지혜를 위한 음식”이라고 규정했다. 음식을 먹는 것이 깨달음으로 가는 수행의 과정이라고 본 것이다. 깨달음이 있다면 육식도 금하지 않는다. 하지만 성장촉진제와 항생제로 키운 고기가 아닌 자연에서 자란 깨끗한 고기여야 한다. 인간의 탐욕으로 20년 살 수 있는 닭을 한 달 만에 약물로 키워서 먹다 보면 결국 인간 역시 병들고 불행해진다는 것이다.

스님은 “몸에 좋은 음식을 먹는 것보다 나쁜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니 사찰음식을 가정에서 시작하려면 ‘무얼 먹을 것인가’가 아닌 ‘무얼 버릴 것인가’부터 생각해야 한다. “먼저 진간장부터 버리세요. 화학 간장이 아니라 콩으로 발효한 간장을 사서 쓰세요. 식용유, 물엿도 버려야 합니다. 다섯 살 아이가 무슨 뜻인지 모르는 게 들어 있다면 다 버려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음식을 먹어도 나쁜 음식을 끊지 않으면 아무런 효과가 없습니다. 음식에 대해 늘 깨어 있어야 합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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