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설 연휴 전에 특검 수사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간담회를 갖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청와대는 “특검과 검찰에서 쏟아지는 언론보도로 여론이 나빠지고 있어 시급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명절 연휴를 활용해 악화된 민심을 돌려놓고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직무정지 중인 박 대통령은 지난 1일에도 신년하례를 한다는 명분으로 사실상의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특검에 낚였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검찰과 특검팀 수사에서 드러난 내용까지 완강히 부인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심판 당시 직무정지 기간 중 대통령 기자회견은 불법이라는 헌재의 결정을 무시한 것도 그렇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일말의 반성조차 하지 않은 데 대해 국민의 분노를 샀다. 그런데도 자숙은커녕 또다시 언론을 도구 삼아 판에 박은 변명을 하겠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박 대통령이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일방적인 해명의 자리를 만들려는 이유는 짐작할 만하다. 턱 밑까지 치고 올라온 특검 수사를 교란시키고 속도를 내고 있는 헌재 탄핵 심판을 조금이라도 지연시키려는 꼼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법처리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박 대통령의 뇌물죄 적용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헌재도 공개변론을 일주일에 3차례씩 여는 강행군을 하고 있어 내달 중 탄핵여부 결정이 나오리라는 전망이 많다. 박 대통령은 장외 여론전을 통해 이런 상황을 뒤집을 수 있다고 판단하는 모양이지만 큰 오산이다. 되레 국민들의 신뢰를 잃을 뿐 아니라 탄핵 심판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박 대통령은 이미 두 차례의 헌재 출석 요구를 거부하며 스스로 입장을 밝힐 수 있는 기회를 걷어찼다. 헌재가 요구한 세월호 7시간 행적도 성의 없이 제출해 퇴짜를 맞았다. 국정농단 실체 규명의 핵심 증인인 안봉근ㆍ이재만 전 청와대 비서관은 연락두절이고 뒤늦게 나온 윤전추ㆍ이영선 행정관은 내내 국가기밀 운운하며 답변을 거부했다. 헌재 심판을 마비시키려는 조직적인 전략이라는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오죽하면 박한철 헌재소장이 박 대통령 측의 비협조와 시간 끌기에 경고를 보냈겠는가.
거듭 말하지만 지금의 국정공백 사태는 박 대통령이 자초한 것이다. 따라서 국정공백과 사회적 혼란을 조속히 매듭지을 일차적인 책임은 당연히 대통령에게 있다. 할 말이 있으면 외곽에서 푸념만 늘어놓을 것이 아니라 헌재에 나와서 당당히 입장을 밝히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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