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시장 이어 또 전통시장 피해
스티로폼 가연재 많고 강풍 불어
누전 추정 화재 삽시간에 번져
125곳 대부분… 피해액 50억원
“설 명절이 코앞인데 날벼락을 맞았어. 언제 장사를 시작할 수 있을지 막막 허네.” 50년 된 전남 여수수산시장에서 새벽에 큰 불이 나 점포 116개가 잿더미로 변했다. 1층 점포에서 갑자기 불길이 솟아 시장 전체로 번졌다.
지난해 11월 대구 서문시장에서 대형화재가 발생한 후 한 달 보름 여 만에 여수수산시장에서 또다시 화재가 발생해 전통시장의 화재 취약성을 또 다시 드러냈다. 여수시와 소방서, 전기안전 대행업체 등이 합동점검반을 구성해 지난달 2~5일 안전점검을 했지만 전기 관련 지적사항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15일 전남소방본부와 여수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2시 21분쯤 여수시 교동 여객선터미널 맞은편 수산시장에서 불이나 상가 전체를 태웠다. 처음 신고한 경비원 김모(60)씨는 “근무 중 ‘타닥타닥’하는 소리를 듣고 뛰쳐나갔더니 시장 내부에 연기가 가득해 119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2시간 넘게 진화작업을 벌여 불을 껐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전체 125개 점포 가운데 모두 116개가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됐다. 1층은 58개 점포가 전소됐고, 58개가 일부 불에 타거나 그을림 피해를 입었다. 재산피해는 소방서 추산 5억2,000여만원으로 집계됐지만 상인들은 피해규모가 50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장 CCTV에는 불길이 솟아오르고 내부가 삽시간에 연기에 휩싸이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1층 점포 바닥에서 치솟은 작은 불은 불과 30초 만에 해당 점포를 태운 뒤 급속도로 시장 전체로 번졌고 펑펑 터지듯이 섬광까지 발생했다.
시장에는 화재 당시 불에 타기 쉬운 플라스틱과 스티로폼 등 가연재가 많았고 바다에서 시장 쪽으로 바람이 강하게 불어 화재를 키웠던 것으로 소방당국은 보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화재경보기와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발화 원인은 누전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불길이 갑자기 번졌다’는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조사 중”이라며 “발화 원인은 전기 누전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합동으로 화재 발화지점 등을 정밀 감식할 방침이다.
상인들은 생계를 잃은 막막함에 말을 잇지 못했다. 상인 박모(57)씨는 “명절을 앞두고 날벼락을 맞아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불이 난 시장은 매일 2,000∼3,000명이 찾는 관광시장으로 주말이면 점포당 하루 매출액이 많게는 400만원까지 오르는 데다 설 명절 택배 물량을 많이 들여 놓아 피해액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상가번영회에서는 20억원의 화재보험에 가입했으나 125개 점포 중 60%정도만 개별 화재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번영회 관계자는 “피해액이 50억원이 넘는다”고 밝혔다.
여수시는 인근 여수연안여객선터미널 2층에 대책본부를 설치하고 피해 상인 지원에 나섰다. 이낙연 전남지사는 현장을 방문해 “예산 지원 등 복구에 최선을 다하는 한편 설 대목에 임시 영업공간을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여수 수산시장은 1969년 3월 여수시 교동에 부지 1,537㎡, 건물면적 2,308㎡ 규모로 개장한 뒤 지금까지 50여 년간 활어, 선어, 패류, 건어물 등 각종 수산물과 젓갈 등 다양한 먹거리를 판매해 인기를 끌었다.
여수=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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