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대체 효과 없어 운영난
22개 마을 중 10곳이 적자 상태
전국 첫 개장 안산 8년 만에 폐장
파주는 평생교육진흥원에 통합
2000년대 중반 처음 문을 열며 큰 인기를 끌었던 전국의 영어마을 상당수가 재정적 어려움을 겪으며 문을 닫거나 평생교육기관 등으로 바뀌고 있다.
그 동안 교육계에서 다른 영어교육 프로그램이 꾸준히 개발된데다, 영어마을의 교육 효과가 과연 사교육을 대체할 수 있겠느냐는 학부모들의 의문이 겹치며 운영난에 빠진 것이다.
영어마을은 민선3기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의 대표 공약이면서 주요 치적으로, 2004년 8월 안산에 처음 문을 연 후 전국에 붐이 일었다. 2012년 말 국회 입법조사처가 낸 ‘지방자치단체의 영어마을 운영현황과 향후 과제’에 따르면 영어마을은 물론 영어체험학습관, 국제화센터, 국제교육센터 등의 유사시설까지 포함해 당시 전국에 50여 개(민간포함)가 운영됐다.
그러나 영어마을 첫 개장 후 13년째인 올해 많은 영어마을이 방문학생 감소에 따른 경영악화로 문을 닫거나 영어전문 체험 교육시설이란 설립 취지와 다른 길을 택하고 있다.
전국 첫 영어마을인 안산영어마을은 만성적자 끝에 개원 8년만인 2012년 12월 문을 닫았다. 경기도는 안산영어마을 폐원 후에도 지난해까지 운영해온 파주영어마을과 양평영어마을(민간위탁)을 올해부터는 미래 인재양성 교육기관으로 전환한다고 밝히고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다.
도 관계자는 “파주영어마을을 운영해온 재단법인 경기영어마을을 지난11일 해산하고 기능을 도 평생교육진흥원으로 통합했다”며 “영어마을 명칭도 바꿀 예정”이라고 밝혔다. 2006년 개원 초기 입소 경쟁까지 붙으며 전국에 영어마을 붐을 일으킨 경기영어마을이 12년 만에 사라지는 것이다.
풍납(2004년 개원) 수유(2006년) 관악캠프(2010년)를 민간위탁 운영 중인 서울영어마을 역시 적자난에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까지 3개 캠프를 영어마을로 운영하는 대신, 내년부터는 관악캠프만 영어마을로 유지하고 나머지 2개 캠프는 창의인성성인 평생교육 캠프로 변경하기로 했다.
또 인천시가 2006년 민간위탁 형태로 문을 연 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천시영어마을은 매년 운영비 30억원을 지원하던 시가 재정난을 이유로 지원을 점차 줄여 난감한 상황이다. 결국 인천시영어마을은 이용료를 지난해 12만원에서 올해 15만2,000원, 2018년에는 19만원으로 올릴 예정이다. 한 영어마을 관계자는 “지자체 영어마을 대부분이 민간위탁이라 경영자료를 바탕으로 한 정확한 수익을 알 수 없다”면서도 “모두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2012년 국회 입법조사처 자료에 따르면 2011년 기준 22개의 지자체 영어마을 중 10개가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액은 대부분 지자체의 지원금으로 메웠다. 파주영어마을은 그 동안 적자액만 2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자체들이 수요 예측 등을 제대로 하지 않고 경쟁적으로 조성한 영어마을을 복합 외국어마을 등으로 기능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영어마을이 수익창출보단 저소득층 자녀 영어교육 지원 성격이 강한 만큼 수익 우선으로 접근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대구경북영어마을 관계자도 “지방 영어마을은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영어교육 환경 개선에 보탬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태무 기자 abcdef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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