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16도 달하는 강추위 피하려
타이어 태우며 유독물질 흡입도
시리아 등에서 탈출한 난민들이 노숙하는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 철도역 부근은 매캐한 연기로 가득했다. 난민들은 영하 16도에 달하는 강추위를 피하기 위해 자동차 타이어나 플라스틱 등 눈에 보이는 것들을 닥치는 대로 땔감으로 태우고 있었다. 인권단체인 ‘국경없는의사회(MSF)’ 세르비아 지부 관계자는 14일(현지시간) “연기에 섞인 유독성 물질을 난민들이 그대로 흡입하면서 수많은 질병이 야기되고 있지만 얼어 죽지 않으려면 그 방법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전철역 주변 창고 벽면은 “우리를 잊지 마세요” “희망이 보이지 않습니다” 등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는 난민들의 메시지로 가득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날 유럽에 몰아친 최악의 한파로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 수용소 난민들이 절체절명의 생존위기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유럽행의 관문이던 세르비아의 국경이 닫혔지만 대규모의 난민들이 매일같이 밀려들면서 음식과 잠잘 곳조차 부족한 데다 여기에 유럽에 몰아친 이례적 한파로 동사 우려까지 커지면서다. MSF 관계자는 “베오그라드 수용시설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창고나 길거리에서 노숙하는 난민들이 2,000여명에 달한다”며 “참담한 인권상황에 ‘정글’로까지 불리던 프랑스 칼레 수용소 상황이 이곳에서 재연되고 있다”고 전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 세르비아 사무소에 따르면 베오그라드 난민시설의 최대 수용규모는 약 6,000명이다. 문제는 헝가리와 루마니아 등이 지난해 9월 국경을 봉쇄하면서 유럽행에 나섰던 난민들이 세르비아에 발이 묶였다는 점이다. 세르비아 정부는 난민 유입 초기에는 적극 지원에 나섰으나 난민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자 현재는 통제불능에 빠졌다. 가디언은 “유럽국가들이 세르비아를 난민을 버리기 위한 쓰레기통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르비아 정부가 최근 문제의 해결책으로 베오그라드에 있는 난민들을 타국으로 강제 추방할 것이라는 얘기가 돌면서 난민들의 불안감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한 난민은 “상어 아가리처럼 위험한 고국으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다”며 “베오그라드에서 어떻게든 버티다 유럽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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