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연령 하향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야권 유력 대선 후보인 문재인 전 의원은 13일 청소년, 학부모 단체 등과 간담회를 갖고 현행 19세인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는 선거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해당 법안은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만장일치로 통과했으나 11일 안행위 전체회의에서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의 반대로 처리되지 못했다. 문 전 의원은 “18세 청소년에게 의무만 부과하고 권리를 부여하지 않는 건 부당하다”며 “정치논리로 반대하는 건 세계적 추세와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선거연령 하향에 반대하는 논리는 이렇다. 18세 청소년은 정치적 판단능력이 떨어지며 이들에게 선거권을 주면 입시에 집중해야 할 학교가 정치이념 논쟁에 물들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 바른정당 권성동 의원은 “고3을 무슨 선거판에 끌어들이나, 공부를 열심히 해야지”라며 반대했다. 하지만 이는 청소년을 수동적 객체로만 여기는 권위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시각이다.
만 18세는 민법상 미성년자임에도 불구하고 취업과 결혼이 가능하며 병역 납세 등의 의무도 진다.선거권 행사를 특별히 제약하려면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민법상 미성년자인 데다 대개 고3이라는 점 외에는 이렇다 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지금의 18세는 정보화 사회에서 성장한 결과 과거 세대보다 지적 능력이나 정치의식도 앞선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지난해 선거법 개정 의견을 내면서 “18세 청소년은 이미 독자적 신념과 정치적 판단에 기초해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능력과 소양을 갖췄다”고 밝혔다.
입시 등을 핑계로 젊은 세대의 정치참여를 봉쇄하는 것이야말로 기득권을 계속 유지하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18세 참정권 거부는 세계적 흐름과도 맞지 않는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유일하게 18세에게 선거권을 주지 않는 나라다. 전 세계 233개 국 중 젊은 세대의 참정권에 인색한 정치후진국 10여개 국에 속한다. 더욱이 급속한 고령화로 정책이나 예산 배분에서 세대 간 불균형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40대 초반 총리나 대통령이 흔히 등장한다. 고교생이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도 어색하지 않다. 고교생 시장도 나왔다. 다양한 법적 의무를 지는 정책 소비자에게 유독 참정권만 제한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정치 후진성을 극복하고 세대 간 불균형을 해소하며 참여민주주의를 확대하기 위해 선거연령을 낮추는 게 맞다. 국회에서의 빠른 정치적 합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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