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호(52)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수천(58ㆍ사법연수원 17기)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실형을 선고 받았다. 충격적인 현직 중견판사의 직무 관련 범죄로 양승태 대법원장이 지난해 9월 국민에게 사죄한 지 5개월 만의 단죄다. 지난해 4월 말 대형 법조비리 게이트를 촉발한 정 전 대표도 단순 자백사건인 자신의 상습도박 재판에서 풀려날 생각에만 매몰돼 전ㆍ현직 법조인 등에게 거액의 금품 로비를 벌이다가 다시 실형을 받고 수감생활을 잇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진동)는 13일 “공소사실이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며 김 부장판사에게 징역 7년형과 벌금 2억원을 선고했다. 정 전 대표에게 받은 중고 레인지로버 차량(SUV)을 몰수하고, 1억3,100여만원을 추징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26년간 법관으로 재직하면서 사법권과 법관의 존립 근거를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공정하고 청렴한 직분 수행을 망각한 범죄를 저질렀다”며 “이 일로 사법부는 잃어버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김 부장판사는 2015년 2월 정씨에게서 2010년식 레인지로버 차량(시가 5,000만원)과 현금 1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네이처리퍼블릭 가짜 화장품 제조ㆍ유통 사건의 피고인들을 엄벌해주고, 다른 법원에 걸린 회사 관련 입찰보증금 추심금을 받을 수 있게 도와달라는 정씨 측의 청탁 대가였다. 또 같은 해 10~12월 정 전 대표의 해외 상습도박 사건 재판부에 대한 청탁ㆍ알선 등 명목으로 두 차례에 걸쳐 현금 1,500만원도 받았다. 앞서 2014년 상반기 추심 소송과 관련해선 모두 1억8,100여만원의 금품을 챙겼다.
김 부장판사는 일선 판사들 사이에서 평판이 좋았지만 실제로는 전혀 딴판이었다. 그는 정 전 대표를 소개해준 서울 강남 B성형외과 원장 이모(53)씨를 찾아가 자신이 챙긴 수표는 용돈 명목으로 받은 것이란 자신의 주장대로 입을 맞춰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를 범행 축소 의도로 봤다. 그는 정 전 대표에게서 수입차를 받을 때도 아내 명의로 받고, 정식 거래인양 일단 5,000만원을 입금했다가 돌려 받았다. 각종 청탁에 대해선 늘 “잘 챙겨보겠다”면서 부정한 돈을 받았다.
한편 같은 법원 형사합의32부(부장 남성민)는 이날 김 부장판사와 검찰 수사관 등에게 거액의 뇌물을 주고, 100억원대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정 전 대표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법조비리로) 수사와 재판의 공정성을 훼손했고, 도박 빚 정산 등에 회삿돈을 개인 재산처럼 썼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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