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빼고 3당 3색 영입 전략
새누리 “패권주의 철폐 원군”
가장 적극적인 구애 보여
바른정당 “민주당 옹졸한 반응”
우군 자처 우회전략 공 들여
국민의당 “潘 개혁적 모습”
여권行 경계하며 합류 여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영입을 위한 여야 3당의 러브콜이 가시화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개헌을 고리로 반 전 총장의 합류를 가장 적극적으로 요구했으며, 바른정당 역시 환영의 뜻을 분명히 하며 그의 귀국 일성인 ‘정치교체’를 높게 평가했다. 당 대표 선거를 목전에 둔 국민의당은 반 전 총장에 대한 직접적인 공세를 자제하는 방식으로 합류의 여지를 열어뒀다. 복수의 대선 후보를 가진 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하면, 원내교섭단체 자격을 갖춘 나머지 정당 모두 반 전 총장 영입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반 전 총장에 대한 기대감은 새누리당에서 가장 도드라졌다.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13일 기자회견을 자처해 “(반 전 총장이) 어쩜 나와 똑같은 생각(정치교체)을 할까라고 느꼈다”며 “새누리당 혁신의 중심은 ‘패권주의 철폐’인데,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반 전 총장이라는 큰 원군을 얻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도 “반 전 총장도 대한민국의 근본적 개혁을 위해 (새누리당의 고민처럼) 반드시 개헌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할 것으로 본다”며 당 합류 시 그를 중심으로 한 개헌 움직임이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실제로 새누리당은 이날 당 차원의 개헌특위를 만들어 개헌 작업에 속도를 내는 등 반 전 총장에게 구애의 신호를 우회적으로 보냈다.
바른정당은 반 전 총장을 평가절하하는 민주당을 향해 날을 세우는 우회전략으로 그의 영입을 희망했다. 정병국 창당준비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반 전 총장이 말한 정치교체의 의미가 무엇인가 하는 것을 우리는 다시 한 번 반추해봐야 한다”며 “정치의 경쟁자이기 이전에 우리나라를 대표하고 세계의 사무총장으로 10년 동안 일한 사람에 대해 야당 대권 주자나 지도부의 논평이 인색하기 그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의 논평 거부 등 무시 전략과 옹졸한 정치를 바꿔야 한다”며 “상대를 인정하는 정치를 하는 것이 진정한 정치교체”라고 말했다. 반 전 총장에 대한 우군을 자처하며 초반부터 바른정당이 그의 정치적 공간이 될 것임을 분명히 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5일 전당대회 개최를 앞둔 국민의당은 직접적 언급보다 반 전 총장의 여권 행을 경고하는 목소리를 내는 선에서 상황을 주시했다. 주승용 원내대표는 이날 비대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본인이 개혁적으로 가려고 많이 노력하는 모습은 보인다”며 “‘정권교체가 아닌 정치교체’는 안철수 전 대표가 제일 먼저 썼던 말이자 우리 당의 지상목표”라고 밝혔다. “반 전 총장이 여당 후보로 나올지 야당 후보로 나올지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전제한 평가지만, 적어도 반 전 총장 개인에 대해선 평가절하하지 않는 방식으로 영입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조배숙 정책위의장은 한 발 더 나아가 “반 전 총장은 어제 자신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은 한국에 침을 뱉는 것이라 말했다”며 “그렇다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에 대해 근거 없는 음해를 하고 한국에 침을 뱉어온 두 보수정당과 반 전 총장이 손을 잡는 건 자기모순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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