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종방한 KBS 수목드라마 ‘오 마이 금비’의 인기 8할은 아역 배우 허정은(10)이었다.
눈물 겨운 가족애를 그린 드라마 ‘오 마이 금비’에서 유금비 역을 연기한 허정은은 단연 돋보였다. 그는 니만피크병이라는 아동 치매를 앓는 모습을 절절하게 그려내 겨울 안방극장을 온통 눈물 바다로 만들었다. 열 살 나이라곤 믿기 힘들 정도의 돋보이는 연기력과 풍부한 감정 표현을 보여줘 ‘연기 천재’라는 수식어를 얻기도 했다. ‘오 마이 금비’는 SBS ‘푸른 바다의 전설’, MBC ‘역도요정 김복주’에 맞서 평균 6~7%대의 예상 밖 시청률을 기록하며 가족드라마의 힘을 입증했다. 폭발적인 시청률을 보이진 못했지만 ‘어른을 반성하게 하는 드라마’, ‘힐링 드라마’라는 호평을 받았다.
허정은은 지난해 KBS2 '동네변호사 조들호'에서 조들호(박신양)의 사랑스러운 딸을, KBS2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는 왕세자 이영(박보검)의 실어증에 걸린 동생 영은옹주를 연기하며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타이틀롤을 맡은 이번 드라마 ‘오 마이 금비’에서는 한층 더 깊어진 연기를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리는 데 성공했다.
1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BS 별관 2층 대본연습실에서 배우 오지호(모휘철 역)와 함께 만난 허정은은 연신 밝은 미소를 보였다. 작품 속에서 매회 눈물을 뚝뚝 흘리며 슬퍼하던 모습에 익숙해져서인지, 열 살 꼬마답게 오지호에게 장난을 걸며 천진난만한 대답을 이어나가는 모습이 낯설기조차 했다.
허정은은 지난달 31일 진행된 ‘2016 KBS 연예대상’ 베스트 커플상 무대에 올랐을 때 함께 수상한 오지호 대신 배우 송중기에게만 시선을 고정시키며 진한 애정을 드러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당시 송중기를 만났던 소감을 묻는 질문에 “처음 복도에서 중기 오빠를 만났는데 TV에서만 보던 사람을 봐서 신기했다”며 “복도에서 제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는데 그냥 너무 좋아서 아무 말도 안 나왔다”고 말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오지호는 “연기대상 때 허정은과 같이 대기실에 있다가 송중기한테 데리고 갔더니 얼굴이 빨개져서 아무 말도 못하더라”며 “그때 사진도 찍어줬는데, 섭섭하기보단 워낙 딸 같아서 딸이 좋아하는 연예인과 적극적으로 만나게 해주려는 아빠의 마음이었다”고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허정은은 전작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남매로 호흡을 맞췄던 박보검에 대한 질문에 “보검 오빠는 그때 그냥 잘 놀아주셨다”며 “잘생기긴 했는데 송중기보다는 아니다”라고 대답해 웃음을 안겼다. 송중기와 차기작에서 남매로 출연하고 싶다는 허정은은 “원래 언니가 (송중기의)팬이라서 언니 때문에 보게 됐는데, 처음엔 그렇게 좋진 않았다”며 “그런데 실물로 보니 갑자기 너무 좋아졌다”고 밝혔다.
허정은은 송중기에 대한 무한 애정을 표하다가도, 연기에 대한 질문에는 눈을 빛내며 의젓한 답변을 내놓았다. 그는 ‘연기 천재’라는 별명에 대한 질문에 잠시 머뭇거리더니 “저는 밖에서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없으니까 별 생각이 들지 않는다”며 수줍은 미소를 보였다. 자신에 대한 기사들이 너무 길어서 읽지 못하고 있다는 허정은은 “처음에 연기 할 때는 기억을 잃어버리는 설정도 없었고 말도 어눌하게 하지 않았으니까 되게 쉬웠는데 가면 갈수록 기억을 잃어버리니까 (연기가) 너무 어렵더라”며 “그런데 감독님과 지호 삼촌이 잘 도와줘서 많이 어렵진 않았다”고 뿌듯함을 드러냈다.
희귀병을 앓는 아이라는 특이한 역할을 연기했기 때문인지, 허정은은 다음에는 또래와 함께 뛰어 노는 평범한 역할을 맡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놀이터에 가서 놀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놀이공원 가서 노는 역할이었으면 좋겠다”며 “(주인공을 하면서)대사도 많고, 잠도 못 자고, 밥도 잘 못 먹고, 특히 장염 걸렸을 때는 되게 많이 힘들었다”고 귀여운 고충을 털어놓았다. 오지호는 “정은양이 아직 아이이기 때문에 성인 연기자인 우리와 계속 같이 지내야 하는 게 조금 걱정이 된다”며 “정은양 미래를 위해서 학교 생활도 잘 하고 친구들하고도 잘 사귀었으면 좋겠다”고 애정 어린 조언을 건네기도 했다.
허정은을 비롯해 과거 다섯 살의 진지희와도, 일곱 살의 김유정과도 함께 호흡을 맞췄던 오지호는 이들의 공통점이 “말을 참 잘한다”는 것이라며 “5살, 7살이 갖고 있지 않은 말로 계속 물어보고 계속 이야기하니까 스태프들이 다 지곤 했다”고 웃었다. 허정은만의 장점에 대해서는 “정은양은 무언가를 가르쳐주면 자기도 모르게 전부 자기 것으로 만든다”며 “진짜로 그게 뭔지 알고 있는 듯 하게 연기해서 저희끼리 가끔 ‘이 친구는 대체 뭐지’ 생각한다”고 칭찬했다. 그는 이어서 “허정은은 말과 얼굴이 함께 움직이는 친구”라며 “몇 년 후에 보면 엄청 커 있을 텐데 개인적으로 지금 모습이 더 이상 없다는 게 아쉽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는 질문에 허정은은 마지막 장면을 꼽았다. “마지막 회 때 아빠랑 엄마랑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얘기하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저는 그때 관에 들어가는 장면에서 감정 정리를 다 했으니까 아예 울지 않으려 했는데, 다들 우니까 저만 안 울 수도 없어서 그냥 울어버렸다”고 말해 오지호를 당황시켰다. 당시 오지호-박진희-허정은 순으로 각각 세 컷씩 같은 장면을 아홉 번 촬영했는데 허정은이 담담하게 연기하다 본인 차례에서만 눈물을 터뜨려 굉장히 놀랐었던 것. 그는 “불과 며칠 전에 찍은 장면인데 자기 차례에 맞춰 울었던 정은이가 굉장히 기억에 남는다”며 “당시 굉장히 놀라며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우리가 울어서 그냥 같이 운 거구나”라고 허탈한 웃음을 보였다.
허정은은 앞으로도 계속 연기 활동을 이어가고 싶다며 연기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죽을 때까지 연기를 계속하고 싶다”며 “대학에도 안 가고 그냥 촬영만 하고 싶다”고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친구들이 자꾸 저한테 ‘너는 회사가 있으니까 공부 안 해도 돼’라고 해요. 이미 일하고 있는 거니까요. 촬영이 끝났으니 저는 이제 제 친구들과 놀러 가고 싶어요. 제주도로 여행을 가서 말을 탈 거예요. 그런데 엄마가 자꾸 과외를 시킨다고 하네요.”
최유경 인턴기자 (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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