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관여 혐의를 받고 있는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장관의 측근으로 구설에 올랐던 김성희(59ㆍ여) 교수가 지난달 초 평창동계올림픽 공공조형물 사업 커미셔너(예술감독) 직을 사퇴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교수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문체부가 합당한 이유 없이 ‘홍익대 출신 작가를 모두 빼라’고 요구했다”며 커미셔너로서의 전문성 침해를 사퇴 사유로 밝혔다.
문체부 관계자에 따르면 홍익대 출신인 김 전 장관이 홍익대 출신 커미셔너를 선정해 뒷말이 무성한 상황에서 “작가 선정에서만큼은 더 이상 특정 학교 논란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전했으나 김 교수는 홍익대 출신 작가로만 구성된 리스트를 문체부에 제출했다. 문체부는 이에 “논란이 커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게 교수님에게도 좋은 일”이라고 말했고 김 교수는 “왜 학교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냐”고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교수는 지난해 10월 문체부가 평창올림픽을 기념해 경기장 일대에 설치할 공공미술작품의 총괄 기획자로 선정됐다. 사업은 약 15억원 규모로 내년 2월 작품 설치를 목표로 한다. 김 교수는 2015년 2월 이영철 계원예술대 교수를 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 전시예술감독에서 해임할 당시 평가위원장을 맡아 김 전 장관 라인이라는 의혹에 휩싸였다. 직후 내정설이 돌던 김 전 장관의 홍익대 후배 목진요 연세대 교수가 부임하면서 김 전 장관의 홍익대 밀어주기 의혹은 더욱 커졌다.
김성희 교수는 “’홍익대 출신 작가들을 고집했다’는 문체부 측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며 “오히려 김종덕 전 장관 라인이라는 의혹 때문에 끝까지 사임하지 않으려 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홍익대를 비롯해 서울대·중앙대·해외 대학 출신 작가들로 구성된 리스트를 총 네 차례 문체부에 제출했으나 문체부는 작품 내용과 관계없이 작가와 작품 내용 수정을 지속 요구했다”며 “전문가를 뽑아 놓고 작가 선정을 계속 요구하는 것은 전문가를 믿지 않겠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현재 다른 커미셔너와 함께 논의를 진행 중이며 미술작품 설치 관련해 일정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