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 지오그래픽
[기억할 오늘] 1.13
1888년 1월 13일 미국 워싱턴 라파예트 광장의 한 사교클럽. 돈도 많고 그 돈을 제대로 쓸 줄도 알던 몇몇이 지구의 숨은 공간과 거기 깃들인 생명과 생태를 소개하고 교육하고 연구하고 보존하는 일을 해보자고 나섰다. 제국주의가 촉수를 대긴 했지만 빨판을 들이대진 못한 멋진 곳들이 있다는 걸 그들은 알고 있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소사이어티(National Geographic Societyㆍ사진 로고)가 그렇게 만들어졌다. 강령과 규약을 갖춰 정식 출범한 건 1월 27일, 초대 회장은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의 장인으로 AT&T의 전신인 ‘벨 전화회사’를 세운 법률가 겸 금융인 가디너 그린 허바드였다.
NGS는 이후 지금껏 근 130여 년 동안, 잡지와 책 TV 영상 등 10여 개 미디어와 다양한 언어를 통해 인류에게 지구의 감춰진 매력을 알리는 전령으로서 귀한 역할을 해왔고, 지리학적 지식을 확장하는 데도 기여했다. 지금까지 지원한 연구ㆍ탐사ㆍ보전 프로젝트만 1만2,000여 건. 로버트 피어리 등의 북극 탐험, 로버트 발라드의 타이타닉호 탐사, 미국 고고학자 하이럼 빙햄의 마추픽추 이야기 등이 대표적이고, 제인 구달의 침팬지 연구를 후원한 것도 그들이었다. 현재는 대형 고양이과 동물 및 서식지 보존 프로젝트인 ‘Big Cats Initiative’와 해양보전 ‘Pristine Seas Project’에 힘을 쏟고 있다.
NGS는 출범 초기부터 비영리기구를 표방해왔다. 그들은 회원권을 팔고 영상ㆍ사진 데이터를 팔고, 근년에는 옷 가방 장신구 등 생활용품도 판다. 그만큼 살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1980년대 말 전 세계에서 1,000만 부 넘게 발행되던 잡지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근년 들어 400만 부 수준으로 격감했다. 2015년에는 ‘21세기폭스’사와 합작벤처 ‘내셔널 지오그래픽 파트너스’를 설립, 미디어 사업 소유ㆍ운영권을 독점하게 했다. 영리ㆍ비영리 부문의 분리와 그를 통한 안정적인 재원 확보의 길을 모색하려는 그들의 실험을 적지 않은 공익 단체들이 또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최윤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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