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사건 담당 경찰관들이 동료 여경들을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이 뒤늦게 감찰에 나섰지만 관련 사건이 발생한 이후에도 가해자들은 1년 이상 해당 서에 근무해왔다.
12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북경찰서 여성청소년과 백모 경감과 산악구조대 민모 경사는 같은 과 소속 여경들을 상대로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투서가 경찰청에 들어와 6일 각각 다른 경찰서로 대기 발령됐다.
백 경감은 1년 넘게 성폭력피해 수사를 전담하는 여성청소년수사팀장으로 일하면서 같은 과 부하 여경 1명을 성희롱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 경사는 여성청소년과 학교전담경찰관(SPO)으로 일하던 지난해 초 같은 과 여경 2명을 상대로 신체접촉 및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SPO는 초중고교에 재학중인 청소년들의 비행을 계도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를 예방하는 역할을 하는 경찰관이다.
특히 민 경사는 지난해 초 비슷한 성추행 의혹을 받았음에도 몇 달 뒤 현재의 팀(산악구조대)으로 발령받아 이번 사건이 불거지기 전까지 정상적으로 근무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경찰서 차원에서 사건을 자체적으로 무마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6월 부산지역 SPO 2명이 선도 중이던 여학생과 성관계를 가진 뒤 6개월 만에 벌어졌다. 당시 강신명 경찰청장이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대국민 사과까지 했지만, 청소년과 여성사건을 담당하는 경찰관들이 다시 성범죄에 연루되면서 경찰은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경찰관계자는 “성추행 수위가 심각한 것으로 판단돼 감찰 후 징계위원회에 회부해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