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 매물 중 하나로 꼽히는 금호타이어의 매각 본입찰에 중국 기업 3곳이 참여했다. 3곳 중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면 금호타이어 우선매수청구권을 가진 박삼구(사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 선택권이 넘어간다. 우선협상대상자가 써낸 입찰금액 만큼 박삼구 회장이 ‘베팅’을 하면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수 있다. 그룹 재건을 위한 최종 관문 앞에 선 박 회장의 선택에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1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 등 금호타이어 지분 42.01%(6,636만8,444주)를 보유한 채권단이 이날 오전 11시 마감한 본입찰에 중국 기업 ‘칭다오 더블스타’, ‘상하이에어로스페이스인더스트리(SAI)’, ‘지프로’가 참여했다.
더블스타는 2015년 글로벌 순위 34위인 타이어 업체이고, SAI는 중국 국영 항공기업의 부품자회사다. 지프로는 석유화학기업이다. 지난해 11월 예비입찰에 참여했던 인도계 아폴로타이어와 중국 링룽그룹은 입찰가격을 써내지 않아 불참했다.
업계에서는 금호타이어 매각가가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중국과 베트남 공장에 이어 지난해 미국 조지아 공장까지 완공한데다, 항공기 타이어 등을 생산하는 기술력까지 갖췄다. 중국 기업이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경우 북미시장을 넘보는 글로벌 타이어 업체로 발돋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예비입찰에서 중국 기업 한곳이 1조원 가량의 금액을 써냈고, 채권단도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1조원 정도를 낙찰 금액으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최근 금호타이어 주가가 매각공고를 낸 지난해 9월보다 약 20% 낮은 주당 8,000원대 후반까지 떨어졌고,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해 중국 기업들이 과감한 투자를 꺼릴 수 있다는 점이 변수다.
채권단은 13일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지만 입찰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자체 판단으로 유찰시킬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재매각 절차를 밟게 돼 금호타이어의 새 주인 결정은 미뤄진다.
만약 채권단이 우선협상대상자를 정하면 해당 기업이 써낸 인수금액은 우선매수청구권을 가진 박 회장에게만 통보된다. 박 회장은 통보일로부터 한달 이내에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것인지 결정한 뒤 45일 안에 계약금을 내야 한다. 2015년 9월 7,288억원으로 금호산업 경영권을 되찾은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까지 인수하면 금호아시아나그룹 재건에 성공한다.
박 회장은 여러 차례 금호타이어 인수 의지를 밝혔지만 인수금액이 치솟으면 불리해진다. 채권단과의 약정에 따라 박 회장은 계열사 지원 없이 ‘실탄’을 마련해야 하고, 우선매수권을 양도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박 회장은 금호산업 인수 때도 6,000억여원을 외부에서 조달했을 정도로 자금 여력이 충분하진 않은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한 뒤 재무적투자자(FI)를 통한 자금 조달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박 회장의 우군으로는 지난해 세계 5위 타이어업체인 이탈리아의 피렐리를 인수한 중국 기업 켐차이나 등이 거론된다.
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 금호아시아나그룹 본사로 출근한 박 회장은 취재진에게 “쉽지는 않겠지만 어떻게든 이뤄낼 것”이라며 강한 인수 의지를 밝혔다. SPC 설립 등 자금 조달 방안에 대해서는 “다 길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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