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당일 朴 보좌한 행정관
윤전추처럼 ‘7시간’ 증언 거부
“최순실과 수십 번 만났지만
靑출입 관련 말할 수 없다”
재판부 “신문 내용 맞춰 진술하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증인으로 출석한 이영선(39) 청와대 경호관(전 행정관)이 신문사항에 ‘모르쇠’로 일관하다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에게 질책을 받았다. 이 경호관은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와 수십차례 만났다면서도 최씨 등의 청와대 출입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답변하기 곤란하다며 앞서 5일 출석했던 윤전추 행정관과 짜맞춘 듯한 답변을 했다.
이 경호관은 1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제4차 탄핵심판 변론기일에 출석해 박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 중 세월호 7시간 행적 관련 질문에 ‘국가기밀’과 ‘업무상 알게 된 비밀’을 이유로 대부분의 증언을 거부했다. 이 경호관은 세월호 참사 당일 윤전추 행정관과 함께 청와대 관저에서 박 대통령을 보좌한 인물이다.
국회 소추위원단은 검찰이 압수한 이 경호관의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토대로 “청와대에 최씨를 데리고 들어온 적이 있냐”고 물었지만 “업무 특성상 출입 관련해서는 말할 수 없다”며 답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최순실씨가 대신 냈다는 의혹을 받은 박 대통령의 의상대금에 대해서는 “대통령께서 직접 주셨고 돈이란 말씀은 없이 봉투를 주셨다”며 “제가 만졌을 때 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윤 행정관과 짜맞춘 듯 똑 같은 답변을 했다.
보다 못한 재판부는 이 경호관의 태도를 질책한 뒤 제대로 증언하라고 촉구했다. 탄핵심판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은 “대통령이 돈을 외부에 줬다는 증언은 편하게 하고, 최씨가 청와대에 들어온 것은 왜 그토록 큰 비밀인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재판장인 박한철 소장도 “가급적 신문 내용에 맞춰서 진술하라. 특정인을 지칭하기 어렵다면 추상적으로 표현을 해서라도 말해달라”고 촉구했다.
이 경호관은 최씨를 만난 횟수를 묻는 이진성 재판관의 질문에 “대략 수십회는 된다”고 답했다. 이어 “본인이 운전하는 차에 최씨가 타고 간 적이 있냐”고 묻자 “최씨를 직접 차에 태워 들어간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 경호관은 이후 자신의 휴대폰 문자메시지에서 “최 선생님 들어가십니다”라고 한 대상이 최씨가 맞다고 시인하면서 위증 의혹도 낳았다.
그는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을 수행하지 않고 다른 업무를 지시 받았다고 증언했다. 서기석 재판관이 “박 대통령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갈 때 증인이 수행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그럼 본관에서 무슨 일을 했느냐”고 묻자 “세월호 사고 보도를 보고 수행을 하게 될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지만 얼마 뒤 다른 직원이 수행했고 다른 업무를 전달 받아 챙기고 있었다”고 답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순 없지만 일정과 관련된 일이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후 2시 증인으로 출석한 류희인(61) 전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비상임위원은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에 온 보고를 보면 전원구조라는 언론보도가 오보라는 보고도 있었는데, 청와대가 오후 2시가 넘도록 전원구조 상황으로 오해하고 있을 수가 있느냐”는 이진성 헌법재판관의 질문에 “노무현 전 대통령 때라면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을 것 같다”며 박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시 대응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장을 지냈다.
한편 경찰은 19일 증인으로 채택된 이재만ㆍ안봉근 전 청와대비서관의 소재를 이날까지 파악하지 못했다고 헌재에 통보했다. 당초 지난 5일 증인신문이 예정됐던 이들이 잠적하면서 출석요구서가 제때 전달되지 못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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