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대 여성 강지영씨의 주말활동은 ‘영화보기’가 거의 전부다. 영화보고, 영화관을 오가고, 친구 만나 밥 먹고 하는 4~5시간을 빼면 대부분의 주말 시간을 ‘TV 틀어놓고 늘어지기’로 보낸다. 이것저것 해보고픈 마음도 있지만, 주말마저 밖에 오래 있으면 피곤하다. 다음 주 출근을 생각하면 집 안에 있는 게 최고다.
# 40대 남성 김승호씨는 주말이면 늘 등산이다. 아이가 어느 정도 크고 나니 주말에는 아이는 아이대로 놀러 가고, 아내는 아내대로 이런저런 모임에 불려나간다. 몸이 예전 같지 않으니 운동은 해야겠고, 비용 부담이 덜 한 등산이 제 격이다. 동호회도 가봤지만 일정 맞추기도 어렵고, 이런저런 밥자리도 부담스러우니 홀로 간다.
12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내놓은 ‘2016년 국민여가활동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평일과 휴일 여가 시간이 줄었다고 대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15세 이상 전국 1만602명에 대해 방문면접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조사에서 평일과 휴일 여가시간은 3.1시간, 5.0시간으로 각각 조사됐다.
이는 2014년 때 3.6시간, 5.8시간에 비해 0.5시간, 0.8시간이 각각 줄었다. 10년 전인 2006년 결과에 비하면 평일은 3.1시간으로 같았지만, 휴일 여가시간은 5.5시간에서 0.5시간이 줄었다. 대형사업장들 위주라고는 하지만 주 5일 근무제도 2011년 본격 시행됐는데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윤소영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를 “쉬어도 쉰 것 같지가 않다”는 한 문장으로 요약했다. 여가시간에 즐기는 활동 자체는 늘어나는 추세다. 이날 내놓은 또 다른 통계 ‘2016년 문화향수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영화관람ㆍ대중음악ㆍ연극ㆍ미술전시회 등을 즐겼다는 대답은 2003년 조사 이후 꾸준히 늘고 있다. 등산, 동호회 모임, 헬스 등의 비중도 계속 늘고 있다.
그럼에도 여가시간이 줄었다는 건 주중 노동시간이 여전히 길고 노동강도 또한 매우 높기 때문이다. 쉬는 것보다는 다음 주 출근을 대비하는데 방점이 찍힌 탓이다. 윤 위원은 “여가시간에 대한 응답에는 객관적인 시간 분량 못지 않게 ‘푹 쉬었다’는 느낌이 들어갈 수 밖에 없는데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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