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카드 선수들/사진=한국배구연맹
[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지난 11일 지긋지긋한 현대캐피탈과 천적관계(7연패)를 끊은 김상우(44ㆍ우리카드) 감독의 표정에는 별로 기쁜 기색을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멀리 내가볼 수가 없다. 산 넘어 산"이라며 앞날을 걱정했다. 김 감독의 말은 역대 유래를 찾기 힘든 대혼전에 빠져있는 2016~2017 NH농협 V리그 남자부의 현실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V리그가 4라운드 중반을 넘어 후반기로 접어들고 있다. 팀당 잔여 14~15경기를 남겨둔 시점에서 확실한 선두조차 보이지 않는다. 1위 현대캐피탈(승점 41)부터 5위 삼성화재(승점 35)의 승차는 불과 '6'이다. 5개 팀이 맞물려 한두 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가 요동치고 있다.
◇ 주춤한 3강, 무시 못 할 원인들
1~3위를 다투던 현대캐피탈, 대한항공(승점 40), 한국전력(승점 39)이 저마다의 속사정으로 도망갈 타이밍에 도망가지 못하고 있다.
1위 현대캐피탈은 지난 4경기 1승 3패다. 세터 노재욱(25)의 허리 부상이 결정타였다. 4경기 중 노재욱이 빠진 첫 2경기에서 연패를 당했다. 지난 6일 KB손해보험과 경기에서 최태웅(41ㆍ현대캐피탈) 감독은 3세트부터 노재욱 카드를 빼들었고 거짓말처럼 0-2에서 3-2로 역전승했다. 그러나 11일 우리카드전에서는 노재욱을 4라운드 처음으로 선발 출전시켰지만 패했다. 최 감독은 "허리통증 때문에 3~7일간 더 휴식을 취해야 하는 80% 정도의 몸 상태"라고 설명했다. 노재욱은 최 감독이 추구하는 스피드 배구의 핵이라는 점에서 그의 컨디션 회복은 남은 시즌 팀의 최대 변수다.
30대 노장들이 주축인 대한항공의 숙제는 체력 저하와 그에 따른 경기력의 기복이다. 체력 문제를 시즌 초부터 걱정한 박기원(66ㆍ대한항공) 감독은 "체력을 안배해 4,5라운드에서 승부수를 띄우겠다"고 얘기해왔지만 4라운드 들며 조금씩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고공비행을 거듭하던 한국전력은 보다 심각한 상황에 처했다. 올 시즌 5세트 경기만 10번(8승 2패)을 하며 피로감이 극에 달했다. 신영철(53ㆍ한국전력) 감독의 말대로 주전과 벤치 멤버의 전력 차가 있는 상황인데다 전광인(26)의 활약 여하에 따라 매 세트 경기력의 편차가 크다. 신 감독은 입버릇처럼 "아르파드 바로티(26ㆍ헝가리)가 조금 더 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전광인이 막히면 바로티가 집중견제를 당해 쉽지 않다.
문용관 KBS 배구 해설위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기존 3강 중에 상대적으로 열세를 보이는 팀이 한국전력"이라며 "약 팀에 한 번씩 잡힌다. 또 백업 멤버가 적어서 전광인 등 주축이 부상이라도 당하면 어렵다는 것이다. 앞으로 계산기를 두드리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
◇ 상승세를 탄 중위권, 우리카드 '태풍의 핵'
3강이 주춤하는 틈을 타 우리카드와 삼성화재가 치고 올라왔다. 전통의 강호 삼성화재는 득점 1위(710득점) 타이스 덜 호스트(26ㆍ네덜란드)가 건재하고 병역의무를 마치고 돌아온 박철우(32)가 살아나는 양상이다. 그러나 약점도 노출된다. 공격 점유율이 50.9%에 달하는 타이스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타이스의 경기 기복(경기당 범실 10개)은 풀어야 할 과제고 토종 선수들의 분발이 뒷받침돼야 명가의 포스트시즌(PS) 가능성은 올해도 열릴 전망이다.
극심한 패배 의식을 걷어낸 우리카드는 최근 3연승으로 자신감 회복과 함께 급상승세를 탔다. 1996년생 외국인 선수 크리스티안 파다르(21ㆍ헝가리)는 체력 문제가 전혀 없고 갈수록 경기력이 좋아지고 있다. 높이도 부쩍 향상됐다. 팀 블로킹(207개) 3위에 오르며 상대를 위협하고 있다. 게다가 우리카드는 창단 첫 PS 진출이라는 동기부여가 남다르다.
이세호 해설위원은 "달라진 우리카드의 중심에 파다르가 있다. 그로 인해 어려울 때 흔들리지 않는 집중력도 생겼다. 김광국(30) 세터의 변화까지 어우러져 이런 결과를 만들어냈다"며 "남은 라운드는 현대캐피탈보다 오히려 우리카드가 유리할 수도 있다"고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한국스포츠경제 관련기사]
SRT 예매, 파이어폭스로 도전하세요? “1시간 만에 성공하기도”
최창엽, 딱 3개월 공부해서 고려대 갔는데... “모텔에서 투약?”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