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모비스와 인천 신한은행이 남녀 프로농구 순위 경쟁의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팀 전력의 30%를 차지한다는 에이스가 돌아왔기 때문이다.
모비스의 ‘야전사령관’ 양동근(36)은 지난 7일 서울 삼성전부터 코트를 밟았다. 지난해 10월22일 인천 전자랜드와의 시즌 개막전에서 손목 골절 부상으로 이탈한 이후 77일 만이었다. 양동근의 공백은 예상대로 치명적이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우승후보로 꼽혔던 모비스는 양동근의 복귀 전까지 26경기에서 12승14패에 그쳤다. KBL(한국농구연맹) 최고의 지장이라 불리는 유재학 감독의 지도력만으로 한계가 있었다.
양동근은 복귀전에서 이름값을 확인했다. 33분 10초를 뛰며 13득점, 2리바운드, 6어시스트, 1스틸로 팀의 78-71 승리를 견인했다. 팀은 3연패 중이었고, 상대는 1위를 달리는 삼성이었기에 양동근의 진가는 더 빛났다. 2개월 여 만의 실전이었지만 어시스트와 패싱, 리딩 등 농구팬들이 알던 양동근의 모습으로 손색이 없었다. 이튿날인 8일 원주 동부전에서도 양동근은 10득점, 3리바운드, 1어시스트로 흐름을 이어갔다. 모비스는 역시 73-66으로 역전승을 거두고 2연승을 올렸다. 5할 승률(14승14패)을 맞춘 공동 5위 모비스는 4위 동부(16승12패)와 승차도 2경기로 좁혔다. 유재학 감독은 “양동근이 돌아오고 나서 가장 큰 차이는 선수들이 당황하지 않고 플레이 할 수 있는 안정감이 생겼다는 점이다”며 “그게 리더의 역할이다. 코트에서 동근이가 지시하고 얘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반색했다.
WKBL(한국여자농구연맹)에는 더 오랜 기다림 끝에 돌아온 국가대표 가드가 있다. 양동근과 같은 날 구리 KDB생명전에서 무려 348일 만에 돌아온 인천 신한은행의 최윤아(32)다. 지난해 1월25일 아산 우리은행전 이후 무릎 부상으로 재활에 매진했던 최윤아는 이날 긴 공백 탓인지 장점인 공격적인 플레이보다는 볼 배급과 실전 적응에 치중하는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신한은행은 71-62로 승리하며 5연패를 끊었다. 최윤아의 존재감만으로 거둔 승리나 다름 없었다.
신한은행도 오매불망 최윤아를 기다렸다. 특히 가드난이 심각해 경기를 이끌어갈 선수가 없었다. 10일 현재 8승13패로 4위지만 이제부터는 전혀 다른 팀으로 변모할 수 있다. 김단비에 몰려 있던 공격 부담을 최윤아가 나눠가질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신기성 신한은행 감독은 “(최)윤아가 공백기 탓인지 스피드 등 아쉬운 면도 보였지만 확실히 안정감은 느껴졌다”고 평가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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