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 동의 없이 상반신 노출 장면이 포함된 영화를 유료로 배포해 재판에 넘겨진 영화감독에게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김주완 판사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수성(42) 감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감독은 2012년 5월 개그우먼 출신 영화배우 곽현화씨 주연으로 촬영한 성인영화 ‘전망 좋은 집’에서 노출을 거부하는 곽씨에게 “가슴 노출 장면은 극 흐름상 꼭 필요하다”며 “일단 촬영하고 편집 때 빼달라고 하면 반드시 빼주겠다”고 설득해 해당 장면을 찍었다. 이후 곽씨는 편집 과정에서 가슴 노출 장면 공개에 동의하지 않았고 그 장면은 삭제된 채 개봉됐다. 그러나 이 감독은 2013년 11월부터 2014년 2월까지 인터넷 파일공유 사이트와 IPTV 등에 곽씨 동의 없이 상반신 노출 장면이 포함된 파일을 유료로 유통시켰고, 곽씨의 고소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 판사는 “곽씨가 최초 약정대로 노출을 거부하거나 추가 영화 출연료 등을 요구하지 않은 채 촬영에 응했다”며 “영화는 불특정 다수에게 배포되는데 곽씨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삭제해 배포하지 않겠다는 구두 약정만 믿고 촬영했다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판단했다. 이어“약정이 있었다기보다 곽씨가 노출 장면을 삭제해달라고 울며 매달리자 마지못해 요구에 응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계약서에는 이 감독이 영화와 관련해 ‘모든 지적재산권의 유일하고 독점적인 권리자가 된다’고 돼 있다. 의견을 물어보지 않고 노출 장면이 있는 영화를 배포했다 해도 계약서 상 편집, 배포 권한이 모두 이 감독에게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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