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스프링캠프 시작일이 2월1일로 늦춰지면서 선수들의 훈련 풍경에도 변화가 생겼다. 지난해까지는 1월15일부터 단체 훈련을 재개할 수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약에 명시된 비활동기간(12~1월) 준수 조항을 프로야구선수협회가 무조건 지키기로 결의했다. 때문에 전지훈련 시작 전 자비를 들여 해외 개인 캠프를 떠나는 선수들이 더 많아졌다.
박용택(38ㆍLG)도 11일 오전 특별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모교인 휘문고의 일본 미야자키 전지훈련에 동참한 것이다. 미니 해외 캠프는 보통 마음이 맞는 동료나 선후배들끼리 꾸리는 게 다반사이지만 박용택처럼 고등학교의 전지훈련에 합류하는 경우는 드물다. 물론 훈련 스케줄은 학생들과 따로 움직이지만 박용택으로선 마치 20년 전 휘문고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다.
박용택은 소속팀의 전지훈련에 앞서 개인적으로 실시하는 해외 캠프를 선호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래서 장소를 휘문고의 전지훈련지로 택한 건 특별한 운동 목표보다는 모교 사랑이 남다른 그가 어린 후배들에게 동기 부여를 해주고, 스스로도 초심으로 돌아가려는 각오가 엿보인다. 이명수 휘문고 감독은 “대스타가 된 대선배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 어린 선수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박용택의 합류를 반겼다.
박용택은 고교 최고의 좌타자로 이름을 날리던 휘문고 3학년(1998년) 때 LG에 고졸우선지명을 받았고, 고려대를 거쳐 2002년 입단해 슈퍼스타로 성장했다. 타격왕을 차지한 2009년을 기점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해 지난해까지 8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했다. 올 시즌에도 3할을 치면 양준혁(전 삼성)과 장성호(전 kt)가 보유한 이 부문 최장 기록(9년)과 타이를 이룬다. 이미 5년 연속으로 신기록 행진 중인 한 시즌 150안타도 변함 없는 목표다.
프로야구 역사에 ‘전설’로 이름을 아로새길 날도 멀지 않았다. 통산 안타 3위(2,050개)를 기록 중인데 올 시즌 내에 2위 장성호(2,100개)를 넘고, 내년에는 1위 양준혁(2,318개)을 넘어 신기록을 수립할 것이 유력하다.
지난 시즌에도 박용택은 타율 5위(0.346)에 개인 최다 타점(90개)으로 활약했다. LG의 약진을 두고 리빌딩의 성과에 시선이 쏠렸지만 이제 그 정도는 당연한 성적이 된 박용택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올 시즌엔 이병규(등번호 9)와 정현욱(삼성 코치)의 은퇴로 팀의 최고참이 돼 어깨도 무거워졌다. 스무 살 어린 후배들과 함께 2017년을 시작한 박용택은 “며칠 더 한국에서 운동해도 큰 차이는 없지만 조용히 몸도 만들고 후배들에게 도움도 줄 수 있다면 만족한다”고 말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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