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도시(세종시 신도심)는 전국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도시다. 10개 중앙부처 등 40개 중앙행정기관이 둥지를 틀면서 국가 행정의 중추가 됐고, 최근 국토연구원을 끝으로 국책연구기관 이전도 완료했다. 한 때 변변한 커피전문점 하나 없을 정도로 척박했던 행복도시에는 음식점과 병원 등이 꾸준히 들어서면서 정주여건을 갖춰가고 있다. 덕분에 ‘빨대’라는 주변 지자체의 아우성이 나올 정도로 사람들을 불러들이며 불과 몇 년 새 인구가 배 이상 증가했다.
“행정 기능뿐만 아니라 문화와 국제교류, 연구개발, 첨단산업이 어우러져야 행복도시가 대한민국을 이끌 새로운 심장부로 확실이 뿌리내릴 수 있다.”
1단계 건설을 마무리한 이충재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은 이제 도시의 자족성 및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더욱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을 집적화한 산학연클러스터의 성공적인 조성에 공을 들일 참이다. 산학연클러스터에는 바이오ㆍ정보기술 관련기업 및 연구소로 구성된 사이언스파크와 교육ㆍ연구ㆍ창업보육 등을 담당하는 창조형 캠퍼스, 소통ㆍ교류의 공간이 될 캠퍼스 타운 등이 들어선다. 기업(산단)과 연구소, 대학을 망라해 한 곳에 집적시키고 인력과 정보, 기술 등을 교류하는 이런 시도는 국내 첫 사례다.
그는 “산학연클러스터는 바이오산업의 메카인 오송생명과학단지와 국가 최대 정보기술(IT) 집적지인 대덕연구개발특구를 연결하는 국가적 신성장 동력으로 발전할 최적의 입지에 위치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산학연클러스터 내 첨단 기업 유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지난해 두 차례의 분양을 통해 사이언스파크 내 도시첨단산단인 세종테크밸리에 글로벌 유전자 분석기술업체인 마크로젠 등 33개 기업 입주를 확정 지었다. 그는 “올해 3차 분양에 나서는 한편, 수도권 및 외국기업을 적극 유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오는 6월 수도권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로드쇼를 열고, 외투기업 유치를 위한 국내외 설명회를 직접 찾아 다닐 심산이다. 사내 유보자금이 충분해 투자가능성이 높은 국내 200개사를 선정해 1대1 맞춤형 방문마케팅도 병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일단 올해까지 100개 기업을 유치하고, 내년까지는 세종테크밸리 입주기업을 250개까지 확대한다는 로드맵도 내놨다.
창조형 캠퍼스에 국내외 유수의 대학들을 유치하는 것도 올해 중요한 과제다. 이 곳에는 개별캠퍼스는 물론, 공동캠퍼스, 분교타운을 조성해 대학별로 원하는 형태로 입주할 수 있다. 그는 “이미 고려대와 카이스트 등 국내 유명 대학뿐만 아니라 아일랜드 트리니티대, 체코 부르노국립예술대 등과 MOU를 체결했고, 미국 코넬대 연구소 등은 입주의향서도 내 후속 조치를 진행 중이다”라고 그 동안의 성과를 설명했다. 대학들이 입주하면 대학 간 공동학위를 개설하고, 기업ㆍ연구소와 대학이 연계된 공동연구, 맞춤형 전문인력 양성 등을 추진하게 된다. 그는 “산학연 클러스터 내 기업, 연구소, 대학들이 정기적으로 교류하는 협의회나 간담회 등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올 상반기 대학과 기업이 저비용으로 입주해 산학협력을 할 수 있는 공공 임대형 지원센터를 착공키로 했다. 그는 “지원센터는 개방형 연구실, 창업인큐베이터, 3D프린트 등 제작 설비를 갖춰 내년에 완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민간 분양형 지식사업센터도 건립해 100개사 이상의 생명ㆍ정보기술 기업, 기업지원기관을 집적화하는 계획도 세웠다.
기업과 대학, 연구소 유치를 위해 국내외를 동분서주하면서 나름 성과를 거둔 그였지만 지난해 산학융합지구 지정 신청을 했다가 고배를 마신 것은 못내 아쉽다. 융합지구를 통해 국비를 지원받고, 공동캠퍼스 설립도 앞당기려던 구상은 일단 물거품이 됐다.
융합지구 공모에서 탈락한 것은 입주 의사를 밝힌 대학이나 연구소는 많지만 정작 최종 입주 계약을 체결한 곳이 없는 게 결정적이었다. 그는 “대한민국 최고 산학연클러스터로의 성장 가능성을 설명해 공감대를 이끌어 냈지만 결국 입주 대학이나 기업 등 당장의 현황만을 보고 판단하면서 융합지구 지정을 성사시키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함부로 입주 대학을 결정하기보단 구체적이고 내실 있게 계획을 세운 뒤 결정하려고 했다. 당장 입주 계약을 체결할 대학도 없는 게 아니었다”고 속사정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융합지구 지정이 국내 최고의 산학연클러스터 육성에 반드시 필요한 만큼 재도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산자부가 올해 추경이나 내년 신규 공모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 만큼 그 동안의 성과를 바탕으로 잘 준비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그는 “행복도시 산학연 클러스터의 환경은 급격히 개선되고 있다”며 “입주기업 규모 확대, 대학 입주절차 본격 진행, 기업수요에 맞춘 산학융합 프로그램 특화 등 준비를 차질 없이 해 융합지구 지정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그는 산학연클러스터의 공격적인 추진과 함께 추가 도시성장동력 방안을 발굴하고 있다. 그는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시니어타운, 문화ㆍ스포츠ㆍ쇼핑센터, 어린이집 등을 집적한 의료복합단지와 자동차서비스복합단지 조성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생활권 단위 의료기관과 세종충남대병원 간 연계 운영 시스템도 구축할 예정”이라고 향후 계획을 전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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