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잇단 학생 대표들의 성추문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난해 인문대 학생회장이 새내기 새로배움터 성폭력 의혹으로 자진사퇴한 데 이어 신임 인문대 학생회장도 당선 직후 저지른 성추행과 폭행 의혹으로 사퇴 위기에 놓였다.
10일 서울대 인문대 학생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따르면 학생회는 지난해 34대 학생회장으로 당선된 A(22)씨에게 사퇴를 권고했다. 학생회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회장 당선 직후인 11월말 인문대 대표 자격으로 총운영위원회 뒷풀이 자리에 참석했다가 학생 2명을 때리고 다른 학생 1명을 성추행했다.
사건 직후 진상조사에 나선 학생회는 같은 달 30일 “가해자와 피해자, 목격자의 진술서를 대조해 봤을 때 A씨는 폭행ㆍ성추행 사실 자체는 기억 못했으나 그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과 전후 상황을 기억하고 있었다”며 자진사퇴를 권고했다. 당시 A씨는 입장문을 내고 “당선인 신분으로 참석한 자리에서 물의를 일으킨 점을 무겁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A씨가 사퇴문을 제출하지 않고 연락을 끊으면서 학생회는 회장 유고(有故) 상태로 판단, 비상체제를 꾸렸다. 학생회 측은 “A씨가 연락 두절돼 단과대운영위원회가 열릴 수 없고 의사결정도 할 수 없어 인문대 학생회 운영은 사실상 중지된 상태였다”고 밝혔다. 이들은 단과대 각 반 학생회장들로 연석회의를 구성해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 보궐선거를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앞서 서울대 인문대는 잇따른 성추문으로 비난을 샀다. A씨의 전임 학생회장 B씨는 지난해 초 단과대 새내기 새로배움터에서 성폭행 가해자로 지목, 탄핵안이 발의되면서 자진 사퇴했다. 지난해 7월에는 인문대 남학생 8명이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수개월간 동기 여학생 등을 대상으로 성희롱 및 혐오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져 학내 인권센터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현재 서울대 총학생회장인 C씨도 성희롱 발언 등으로 직무정지 상태다. C씨는 과거 새내기 새로배움터에서 사회를 보면서 내레이션을 한 여학생을 두고 “얼굴을 보니 왜 내레이션을 하셨는지 알겠네요”라고 하거나 2014년 학과 장터를 연 여학생들에게 “꽃이 없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학생처 관계자는 “학생들이 학교에 신고하는 대신 자체 해결을 하고 있는 만큼 그 결정을 존중하되 조사가 미흡하다고 생각되면 조치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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