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시험준비생(경시생)들이 술렁이고 있다. 지난 주말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공개된 청와대 파견 경찰 고위간부의 수첩에서 순경 채용 청탁을 의심할 만한 대목들이 여럿 발견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이후 “경찰도 어쩔 수 없구나”하는 회의적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10일 찾아간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학원가의 경시생들 분위기는 평소와 달랐다. 3월 순경 공채시험을 앞두고 마무리 준비에 한창 열을 올려야 할 시기지만, 많은 경시생들이 채용 청탁 뉴스에 마음을 다잡지 못하고 있었다. 이날 오전 경찰시험 준비학원에서 만난 전모(26)씨는 “주변에 열심히 공부해 꿈을 펼치고 싶어도 돈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하는 친구들도 수두룩한데 이 소식을 듣고 다들 허탈해 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순경 공채시험에 3번 고배를 마셨다는 이모(29ㆍ여)씨는 “경찰관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간 시험준비에 매달린 수험생들에게는 참으로 가혹한 소식”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경시생들은 특히 상대적으로 채용과정이 공정하다고 생각해 온 경찰까지 채용비리 의혹에 휩싸이자 더욱 좌절하는 분위기다. 노량진에서 3년째 순경시험을 준비 중이라는 김모(27)씨는 “최순실 딸 정유라 이화여대 특혜입학이나 우병우 아들의 의경 보직특혜 의혹 소식을 접하면서 사회가 너무 불공정해지고 있다고 느껴 왔는데 순경 채용까지 그런 손길이 뻗쳤다는 생각에 모든 것을 놓고 싶은 심정”이라고 울먹였다. 경시생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 카페도 ‘방송 보고 나서 화가 나 공부가 안 된다’ ‘저도 저런 비리에 영향을 받아서 떨어졌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등 비난과 자조 섞인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한 듯 9일 국회에 출석한 이철성 경찰청장은 “(순경 채용청탁 의혹으로) 노량진에 있는 많은 경찰시험 준비생들이 상처받을 수 있기 때문에 여러 제기된 의혹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합당한 후속 조치를 취하겠다”고 수습에 나섰지만, 어느 정도 해소될지는 미지수다. 한편 경찰청은 이날 인사ㆍ채용 청탁 의혹의 당사자인 박건찬 경찰청 경비국장에 대한 감찰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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