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달러화와 중국 위안화의 ‘기 싸움’에 연초부터 환율이 널뛰기를 하고 있다. 출범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등 본격적인 환율 전쟁에 나설 경우 원화 변동성이 더욱 커져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일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3.7원 내린 1,194.6원으로 마감했다. 지난 5일(1,186.3원) 전 거래일보다 20.1원 급락한 뒤 불과 2거래일 만에 1,200원대에 복귀(9일ㆍ1,208.3원)했다 하루 만에 또 다시 주저앉은 것이다.
이 같은 롤러코스터 장세는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 이에 따른 국내 외환시장의 반응 등이 복합된 결과다. 실제로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와 임금상승률 등 미국 경제의 긍정적 지표가 영향을 미친 4일과 9일 원ㆍ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각각 2.9원, 15.3원 상승했다. 달러 강세 기대 심리 때문이다.
위안화 약세를 막기 위한 중국의 맞대응도 환율 변동폭을 키웠다. 자본유출 등 위안화 약세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자 중국은 지난 6일 위안화 환율을 전날보다 0.92% 내린 달러당 6.8668위안으로 고시했다. 중국과의 밀접한 관계 상 그 동안 위안화 가치가 상승하면 원화 가치도 함께 오르곤 했다. 그러나 이날 원ㆍ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오히려 6.7원 상승(원화가치 하락)했다. 미국과의 통상마찰 우려가 위안화 약세 심리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이튿날인 9일 위안화 가치가 다시 절하(달러당 6.9262위안)되자 원ㆍ달러 환율은 15.3원 상승하며 오름폭을 키웠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원ㆍ달러 환율 상승과 변동성 확대가 함께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트럼프의 경제정책이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금융시장 불안정이 커지면서 원ㆍ달러 환율은 상반기 중 1,245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위안화 약세도 원ㆍ달러 환율 변동성 확대에 기름을 붓는 요인이다. 강영숙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골드만삭스가 연말까지 위안화 환율 전망치를 달러당 7.3위안으로 제시하는 등 시장은 위안화 약세에 돈을 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특히 원화가 시장 변화에 취약한 점은 경기침체 우려를 키우는 부분이다. 금융시장 충격이 발생했을 때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의 연간 변동성(평균 24.1%)은 다른 신흥국 통화(16.8%)보다 높다. 이는 수출기업의 불확실성을 증가시켜 투자 감소 등의 악영향을 준다.
급변하는 원화 환율은 유학생 자녀를 둔 기러기 아빠나 해외 주재원들에게 달러로 체재비 등을 송금하는 기업에게도 타격이다. 환율이 오르면 그만큼 송금해야 할 돈의 액수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자녀의 연수를 위해 송금해야 하는 경우라면 생활비 등 필요한 돈만 우선 보내고, 등록금과 같은 목돈은 환율이 하락할 때마다 환전해 달러 예금 등에 쌓아뒀다 한꺼번에 보내는 게 좋다. 해외 여행시에는 카드 사용 당일 환율이 아니라 해당 거래내역이 국내 카드사에 접수되는 날의 환율로 결제대금이 청구되는 만큼 환율 추이를 예의주시해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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