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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닫고 맞대응 안하는 일본의 속내는?

입력
2017.01.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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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대한해협 동수도 상공을 통과한 중국 군용기 가운데 한 대인 H-6 폭격기의 모습. 도쿄=연합뉴스
9일 대한해협 동수도 상공을 통과한 중국 군용기 가운데 한 대인 H-6 폭격기의 모습. 도쿄=연합뉴스

중국 군용기들이 일본열도 서쪽 동해상공을 전날 왕복통과해 자위대 전투기가 긴급발진했지만 일본 정부는 10일 공식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군용기들이 한국 이어도 상공을 벗어난 뒤에는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재차 진입하지 않고 줄곧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에 머물러 큰 위협이 되었을 것이 분명하지만 정작 일본 정부는 입을 닫았고 언론들도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영공 침범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확전을 꺼리며 사실상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모양새이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군의 전날 움직임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현장의 일본 기자들도 관련 질문을 하지 않았다. 일부 우익매체들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를 두고 충돌을 빚는 한국에 대한 중국의 무력시위 가능성을 거론했을 뿐, 마치 정부와 언론이 관련 언급을 하지 않기로 사전에 입을 맞춘 듯했다.

이처럼 중국군이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미국과 일본에 무력시위를 한 것이 분명한데도 정작 일본 당국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은 최대한 이번 문제를 한국과 중국 간 갈등으로 몰아가 외교적 실익을 추구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중국이 일본을 직접 겨냥했다고 격분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 남중국해 등의 이슈에 있어 현재 일본의 입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일본정부는 이 같은 이유로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서 일상화된 중국 선박의 침범에 대해서도 군사적 긴장고조를 극도로 자제하는 분위기이다. 안으론 중국 공수부대의 센카쿠 상륙에 따른 무력충돌까지 상정한 시나리오별 통합방위전략 구상에 나서면서도 겉으로는 중일관계 개선에 힘쓰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25일 중국 전투기편대가 일본 미야코(宮古)해협 주변을 통과하며 랴오닝(遼寧)함과 대규모 훈련을 했을 때도 스가 장관은 “영공 침범은 없었다. 비행목적을 단정해 말하는 것은 피하고 싶다”고 조심스러운 반응에 그친 바 있다.

일본 정부는 그러나 내부적으론 중국의 도발의도를 분석하며 정보수집으로 긴박한 모습이다. 방위성 주변에선 지난해 1월 중국 윈-9 정찰기 등이 대한해협 동수도에 진입했을 당시 북한 미사일발사를 대비한 일본 이지스함이 전개중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비행도 해상자위대 운용상황이나 대응능력을 식별하기 위한 목적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도쿄 외교가에선 “동중국해에 일본과 중국의 ADIZ가 겹쳐있는 데다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일본은 자유항해를 주장하고 있어 스스로 명분을 깨는 모순에 빠지지 않기 위해 일본측이 경계감시 이상의 공세에 나설 수 없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도발에 나선 주체인 중국 당국도 10일 특별한 반응을 내비치지 않았다. 중국이 한미일 군사동맹을 동시에 노리고 진입을 계획했다는 정황이 뚜렷하지만 영공을 침해하지는 않아 부당한 행위가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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