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딸 “아버지가 시켰다” 진술
경찰, 음주운전 등 혐의로 아버지 입건
음주 뺑소니 사고를 낸 경찰 간부가 “딸이 운전했다”며 범행을 은폐하려다 경찰에 적발됐다.
경기 김포경찰서는 음주운전 및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 혐의로 인천 서부경찰서 소속 A(56) 경위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0일 밝혔다.
A 경위는 8일 0시 37분쯤 경기 김포시 사우동의 한 아파트단지 지상주차장에서 술에 취해 주차를 하다 다른 차량 3대를 잇따라 들이받고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사고 후 자신의 차량을 몰고 아파트단지 밖으로 달아났다가 이날 오전 2시 10분쯤 집에서 긴급 체포됐다.
앞서 A 경위의 부인은 신고를 받고 출동해 현장 조사 중인 경찰에게 “운전면허를 딴 지 얼마 안 되는 딸이 운전하다 사고를 냈다”고 진술했다. A 경위 딸 B(26)씨도 “자신이 운전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이 사고 장면을 목격한 주민들의 진술을 토대로 “거짓말하면 안 된다”고 추궁하자 B씨는 현장에서 진술을 번복했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집에 들어온 아버지가 시켜서 거짓말했다”고 진술했다.
A 경위는 “서울 양천구 신월동의 한 식당에서 지인 1명과 소주 1병을 나눠 마셨다”고 진술한 것으로 조사됐다. 음주측정을 거부하다 체포된 A 경위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정지 수준인 0.077%였다.
경찰 관계자는 “목격자와 피의 차량의 블랙박스를 확보했고 A 경위의 딸도 현장에서 진술을 번복하는 등 적극적으로 범행을 은폐하지 않았기 때문에 구속 수사를 하지 않았다”며 “친족간에는 범인 도피죄를 적용할 수 없어 B씨도 입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인천 서부서는 A 경위를 대기 발령 조치하고 감찰 조사 후 징계하기로 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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