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가 없는 윤전추만 내보내고
정호성ㆍ차은택 말맞추기 정황 등
朴ㆍ국정농단 세력 변호인단
총괄하는 조력자 있을 가능성”
헌재, 16일 불출석 땐 강제 소환
10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제3차 변론기일에 ‘최순실 게이트’ 핵심 인물인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 안종범(58ㆍ구속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48ㆍ구속기소)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짜맞춘 듯 모두 나오지 않았다.
이날 증인으로 채택된 이들이 모두 불출석하면서 재판은 1시간도 안 돼 빈 손으로 끝이 났다. 9,10일 차례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출석을 거부한 증인들을 두고 재판 지연 작전이 본격화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앞서 5일 진행된 2차 변론기일에도 이재만ㆍ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이 잠적한 채 출석하지 않았다.
법조계는 핵심 증인들의 잇따른 불출석에 대해 특검 수사 종료 시점을 감안한 ‘박 대통령 비호’ 전략이라고 보고 있다. 전방위로 박 대통령에 대한 포위망을 좁혀 오고 있는 특검의 법정 수사 기한은 2월 28일까지. 특검법에 따라 대통령이 승인할 경우 30일간 추가 수사 기간을 확보할 수 있지만 현재로선 연장을 장담할 수 없다. 특검 활동 종료 전에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되면 박 대통령은 민간인 신분이 돼서 불기소특권이 사라진다. 바로 뇌물죄 등의 혐의로 구속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소추위원 측 인사는 “증인들이 모두 불출석하면 기일을 다시 잡아야 돼 재판의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다”며 “특검 종료까지라도 재판을 지연시키기 위해 재판 직전 불출석 사유서를 내는 전략을 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국정농단 증인들의 배후에 통일된 법률 기획자가 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 전직 헌재 연구관은 “박 대통령 대리인단과 국정농단 세력 변호인단을 총괄해서 전체적인 시나리오를 가지고 대응하는 조력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가장 영양가 없는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만 증인으로 출석해 이목을 집중토록 하는 등 박 대통령에게 유리하게끔 계산된 각본에 따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정호성, 차은택(전 창조경제추진단장)씨 등이 소지품을 이용해 말 맞추기 한 정황이 포착 돼 특검에서 구치소를 압수수색하기까지 했다”며 “배후 기획자가 없더라도 최소한 변호인들과 대리인단이 서로 소통하면서 대통령 보호를 위해 통일된 법적 대응 전략을 짜려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헌재는 두고 보지만은 않겠다는 입장이다. 오는 16일을 예정에 없던 ‘특별기일’로 잡고 최씨와 안 전 수석을 재소환한 뒤 이에 불응하면 강제 구인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핵심 증인들이 마지못해 법정에 나오더라도 자신들의 형사재판에 불리하다는 이유로 박 대통령에 대한 증언을 포괄적으로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 날 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강일원 주심도 “최씨가 나오더라도 대부분 모른다고 할 것으로 보여 (재판이) 길게 걸리지 않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노희범 변호사는 “대통령 행적 등 본인의 형사재판과 관련 없는 사안이더라도 증인이 ‘모르쇠’로 나오면 현행 헌재법이나 규칙상 증언을 강제할 규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12일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과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의 증인 신문을 앞두고 있다. 16일에는 최씨와 안 전 수석, 17일에는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과 고영태 전 더블루K이사, 19일에는 이재만∙안봉근∙정호성 전 비서관 등 ‘문고리 3인방’에 대한 증인 신문을 할 예정이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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