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오후 인천 동구 금곡동 배다리 헌책방거리에 있는 한미서점 앞. 방문객들이 짝지어 서점과 서점 앞 전봇대를 배경 삼아 사진을 찍고 있었다. 불과 20여분 사이에 방문객 서너 팀이 서점 앞을 찾았다. 이 서점은 tvN 인기 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신(神)-도깨비’에 등장한 이후 드라마 팬들에게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도깨비의 주인공 공유가 김고은의 머리를 쓰다듬고 책장에서 책을 뽑아 읽는 장면 등이 이 서점 안팎에서 촬영됐다.
도깨비는 배다리 헌책방거리뿐만 아니라 송도국제도시와 청라호수공원, 인천의료원, 자유공원 등에서 촬영했다. 인천에서 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한 드라마와 영화는 지난달에만 도깨비 외에도 장혁과 이하나 주연의 OCN 드라마 ‘보이스’, 임창정 주연의 영화 ‘로마의 휴일’ 등 6편에 이른다.
인천이 영화 및 드라마 촬영 명소로 떠오른 것은 단순한 우연은 아니다. 인천시가 영화와 드라마를 활용한 도시 홍보와 관광객 유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시는 아예 종합촬영소를 조성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10일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영상위원회는 지난해 7월 개봉해 700만 관객을 모은 영화 ‘인천상륙작전’에 1억2,000만원을 지원했다. 이 돈은 인천 팔미도 등대 세트를 만드는데 쓰였다. 영상위는 도깨비에도 1억원을 지원하는 등 지난해 인천에서 촬영된 영화와 드라마에 2억7,000만원을 현물 등으로 지원했다. 영상위는 드라마에 인천이 배경으로 등장하는 회차 수에 따라 세트 조성비, 스태프 숙박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통상 1,000만~1,500만원 정도다.
영상위 관계자는 “단순한 촬영 지원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 인천상륙잔전 때 인천의 역사가 담긴 팔미도 등대 세트를 현물로 지원했다”며 “도깨비는 흥행 가능성을 보고 기획단계부터 참여해 인천의 명소들이 드라마에 담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미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 배경으로 주목 받았던 인천에서는 올해 100여편의 영화와 드라마, 광고가 촬영될 것으로 보인다. 인천은 송도국제도시와 송도석산, 차이나타운 등 이국적이거나 옛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 많다.
인천시는 영화진흥위원회 남양주종합촬영소가 2020년 6월 부산 기장군 도예촌으로 옮겨가는 일정에 맞춰 세트장과 스튜디오를 갖춘 촬영소를 조성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서울과 가깝다는 이점을 살려 수도권 영화제작 수요를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인천이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 주목 받는 것과 관련해 일부 주민과 상인들은 “기념사진 배경이 될 뿐 실리가 없다”고 토로하기도 한다. 실제 배다리 헌책방거리는 도깨비에 나온 이후 방문객들이 크게 증가했지만 헌책방들을 찾는 사람들까지 정비례해서 늘지는 않았다.
헌책방거리에서 만난 자영업자 김모(36)씨는 “영화나 드라마에 나온 뒤에 사람이 몰리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상인들의 매출도 올라가는 등의 주민과 방문객 모두 윈윈(Win Win)하는 구조는 아니다”라며 “사생활을 침해 받거나 집값만 오르는 등 부작용이 없고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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