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시행과 촛불집회 등 각종 악재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국내 공연시장 규모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클래식, 무용 등 전통예술 분야는 악재가 직접적으로 작용해 전년보다 시장 규모가 최대 10% 축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최대 티켓예매사이트 인터파크(대표 박진영)가 2016년 자사 공연 티켓 예매 추이를 분석한 결과 티켓 판매 대금은 4,271억원으로 2015년 4,187억원보다 2% 증가했다고 9일 발표했다. 장르별로는 뮤지컬이 1,993억원으로 전년보다 4%증가했고 콘서트는 1,809억원(1% 증가), 연극이 261억원(3.5% 증가)를 기록했다.
그러나 클래식은 2015년 162억원에서 지난해 146억원으로, 무용 전통예술은 65억원에서 61억원으로 각각 10%, 5.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클래식 공연이 2015년 3,487편에서 지난해 3,727편으로, 무용/전통예술 공연이 674편(2015)에서 694편(지난해)으로 늘어난 것에 비하면 편 당 티켓 판매액은 더 줄어들었다.
클래식과 무용 관람객 수가 줄어든 데는 지난해 하반기 김영란법(부정청탁및금품수수금지에관한법률) 시행과 촛불집회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클래식과 무용 공연이 기업의 지원 협찬에 의존율이 높은 상황에서 내수 부진과 김영란법 여파로 기업 협찬과 단체구매가 줄어들었고, 일부 대형 공연은 객석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고도 티켓가격을 대폭 낮추면서 악순환이 이뤄졌다. 일례로 지난해 12월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내한 공연은 10만~20만원대로 오픈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3층을 2만5,000원에 팔았다.
연말 촛불집회가 장기전으로 이어지며 공연이 몰린 주말 많은 잠재 관객들이 광화문 광장으로 발길을 돌린 것도 매출 하락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연말 특수를 고려해 이 기간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맥베드’ 등을 선보였던 세종문화회관은 억대의 손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파크는 “서울시향의 정명훈 예술감독이 사퇴하면서 매년 하반기에 판매하는 다음 년도 서울시향 시즌 패키지의 판매가 예년보다 감소한 것도 클래식 판매 감소에 다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30대 여성 예매자의 부상이 두드러졌다. 30대 여성 예매자는 36만4,349명(34.9%)으로 20대 여성 예매자 35만8,161명(34.3%)를 넘어서 2007년 분석 이래 처음으로 공연시장 최대 소비자가 됐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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