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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8개 증권사 3년간 ‘매도의견’ 한번도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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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8개 증권사 3년간 ‘매도의견’ 한번도 안내

입력
2017.01.10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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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도의견 2% 넘는 증권사 한화투자증권이 유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미래에셋대우 등 18개 국내 증권사가 지난 3년간 매도 투자의견을 한 번도 제시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을 사라고 부추겼지만 차익실현이나 손절매를 권유하지 않아 투자자들이 고스란히 시장위험에 드러나게 한 셈이다. 사실상 투자자들이 손실을 보는 상황을 예상하고도 모르쇠로 일관했다고 볼 수 있다.

9일 금융감독원이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외국계를 포함해 증권사 46곳은 2014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투자의견을 제시하는 리포트를 8만564건 냈다.

이 중 ‘매도’ 의견은 2.4%인 1,904건에 그쳤다. ‘매수’ 의견 제시는 84.1%인 6만7,766건에 달했다. ‘중립’ 의견은 13.5%인 1만894건을 차지했다.

특히 국내 증권사 18곳은 아예 3년간 매도 의견을 단 한 차례도 내지 않았다. 이들 18개 증권사에는 미래에셋대우, 신한금융투자, 삼성증권, KB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는 물론 교보증권, IBK투자증권, 신영증권, 한양증권, SK증권, 유화증권, 유안타증권, 흥국증권, 리딩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LIG투자증권, 토러스투자증권, 바로투자증권, 비엔케이투자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까지 포함돼 있다.

또 이들 18개 증권사를 포함한 국내 증권사 32곳이 낸 리포트 6만5,192건 중 매도의견은 126건, 0.2에 불과했다.

이는 외국계 증권사 14곳이 보고서 1만5,372건 중 11.6%(1,778건)의 매도의견을 낸 것과도 크게 대비된다. 외국계의 매수와 중립 의견 비율은 63.4%와 25.0%였다.

국내 증권사의 보고서가 양으로는 4배가 넘을 정도로 월등히 많지만 매도의견은 외국계 증권사 보고서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 것이다.

그나마 매도의견을 한 번이라도 낸 국내 증권사 14곳 중 한화투자증권의 매도 의견 비율이 2.9%로 가장 높았다. 한화투자증권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에 대해 합병반대 의견을 유일하게 낸 곳이다.

이어 하나금융투자는 2015년 9건, 지난해 2건의 매도 리포트를 냈지만 비율은 1.3%에 그쳤다. 나머지 증권사들은 매도의견 비율이 1%도 안됐다.

지난 3년간 국내 증권사와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 리포트 평균건수는 각각 3.9건, 98.8건로 외국계가 훨씬 많았다.

증권사들이 여전히 투자자들에게 ‘사라’는 의견만 강조하고 있어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런 편치 않은 현실을 놓고 증권업계에서는 자신들만 나무랄 일이 아니다라고 항변한다. 투자의견을 자유롭게 낼 수 없는 시장 환경을 그 이유로 돌린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가 기업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면 기업은 물론이고 해당 기업에 투자한 기관 투자자와 개인 투자자에게서 항의를 받는다”고 토로했다.

매도의견을 냈다가 주가가 내려가면 보고서 때문이라는 항의를 받고, 주가가 오르면 틀렸다는 비판을 받는다는 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유료로 제공되는 외국계 증권사 보고서는 제한적인 투자자에게 제공돼 국내 증권사 보고서와는 상황이 다르다”며 “애널리스트가 상장사와 기관 투자자, 개인 투자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증권사와 상장회사 간의 관계를 개선해 기업 분석 리포트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5월 건전한 리서치 문화 정착을 위해 금융투자협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와 ‘4자 간 협의체’를 구성했다.

이 협의체는 기업탐방 등 정보 취득, 제공 과정에서 분쟁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만큼 정보제공 내용을 웹사이트에 공개하도록 했다.

또 리포트의 객관성과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증권사 내부적으로 심의위원회를 설치해 투자의견이나 목표주가가 크게 변할 때 심의를 받도록 하고 애널리스트가 독립성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보수산정 기준도 명확히 하도록 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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