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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진영 싸움이 더 독하다

입력
2017.01.1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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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연 넓히기 성공 ‘이명박 vs 박근혜’ 혈투

본선 경쟁력 높인 ‘노무현 vs 이인제’ 대결

문재인, 안철수 단일화 땐 힘만 빼 지지층 결집 실패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전 후보가 경기 군포시 산본역 중앙광장을 방문해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군포=손용석기자 stones@hankookilbo.com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전 후보가 경기 군포시 산본역 중앙광장을 방문해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군포=손용석기자 stones@hankookilbo.com

역대 대선에서도 같은 진영 내부 경쟁이 본선 이상으로 치열했던 사례들이 적지 않다. 독한 내부 경쟁은 때로는 진영 내 갈등을 키우기도 하지만, 당 지지 기반의 구심력을 강화하고 외연 확장에 성공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2007년 17대 대선 당시 한나라당 후보 자리를 놓고 이명박ㆍ박근혜 예비 후보가 벌였던 혈투가 대표적이다. 양측은 별도 검증팀을 두고 상대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 들었다. 박 후보 측은 이 후보의 BBK 의혹과 X파일 등을, 이 후보 측은 최태민씨 일가 관련 의혹을 들춰냈다. 시간이 갈수록 경쟁이 과열되자 당 공식 검증위원회 측이 “검증위 활동 기간 동안에는 언론을 상대로 네거티브를 하지 말라”며 자제를 요청했을 정도였다. 접전 끝에 이 후보가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됐고, 박 후보는 이를 승복했다.

당시 경선 과정의 혈투는 결과적으로 흥행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최창열 용인대 교수는 “두 사람이 사생결단하듯 경쟁을 벌이면서 언론과 대중의 관심을 끌어 모았다”며 “강한 보수 성향의 박 후보와 중도 보수 성향의 이 후보의 경쟁을 통해 외연 확장도 성공했다”고 말했다.

경선 과정에 드러났던 온갖 의혹에 대한 검증은 본선으로 이어져 본선 경쟁력을 높이는 결과를 낳는 경우도 있었다. 2002년 16대 대선 당시 새천년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이인제 대세론’에 맞섰던 노무현 예비 후보는 온갖 의혹에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갖은 의혹은 대부분 근거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노 후보는 도리어 처가 식구들의 전력까지 거론되는 진흙탕 싸움에서 “그렇다고 처와 부모를 버려야 합니까”라는 반격으로 단숨에 전세를 역전시켜 본선 승리까지 거머쥐었다.

물론 치열한 예선의 결과가 부작용을 일으킨 사례도 없지 않다. 2012년 18대 대선 당시 문재인, 안철수 후보 사이에 벌여졌던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은 지지층의 분산이라는 결과를 낳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두 후보의 치열한 경쟁이 진행되다 안 후보가 중도 포기를 선언하면서 다툼은 흐지부지 됐다. 결과적으로 문 후보로 단일화가 됐지만 안 후보 지지자 중 일부는 문 후보를 외면함으로써 외연 확장은커녕 도리어 지지층 결집에도 실패, 본선에서 패배를 떠안았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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