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상품’ ISAㆍ비과세 해외펀드 운용 어떻게
수익률 저조에 ISA 가입 줄어
“절세상품 계좌는 유지 바람직
안전 지향 포트폴리오 구성을”
비과세 해외펀드는 비교적 선방
고점 평가 해외 증시가 부담
“신흥국보다 선진국 중심 투자를”
직장인 박모(35)씨는 지난해 은행에 다니는 친구의 권유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만들었다. 원금 까먹는 일은 없을 거란 친구의 말에 적금으로 탄 1,000만원을 은행이 운용해주는 저위험 일임형 상품에 넣었다. 일임형 ISA는 위험도에 따라 초고위험ㆍ고위험ㆍ중위험ㆍ저위험ㆍ초저위험 등 5가지로 나뉜다. 하지만 박씨 계좌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오히려 마이너스(-1%)를 기록하고 있다. 박씨는 “계좌를 계속 유지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나란히 ‘한시(限時) 상품’으로 출시된 ISA와 비과세해외주식형펀드 활용법을 놓고 재테크족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가입 가능기간이 정해져 있어 예전 같으면 무조건 가입하고 봤을 절세상품인데도 ISA는 ‘국민 재산증식’이란 도입 목적이 무색할 정도로 낮은 수익률이, 비과세해외펀드는 이미 고점에 다다른 것 같은 해외 증시 상황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초저금리 시대엔 한 푼이라도 아끼는 게 곧 재테크이기 때문에 절세상품은 일단 들어두는 게 바람직하다”며 “다만 시장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원금손실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꾸리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작년 3월 첫 선을 보인 ISA는 출시 보름 만에 120만명 넘는 가입자를 끌어 모으며 열풍을 일으켰지만, 작년 11월엔 신규 가입자가 3,155명에 그칠 만큼 열기가 차갑게 식었다. 특히 증권ㆍ보험사에선 신규 가입자보다 해지자 수가 더 많은 상황이 벌써 작년 8월부터 이어지고 있다.
이는 바닥을 기는 수익률 때문이다. 현재 운용 중인 일임형 ISA 201개 상품의 출시 이후 평균 수익률(작년 11월말 기준)은 0.6%에 불과하다. 최근 3개월로 기간을 좁히면 원금손실 가능성이 가장 적은 초저위험형 상품조차 평균 수익률이 마이너스(-0.15%)에 머물고 있다. ISA는 연간 2,000만원까지 투자가 가능하고 투자수익 2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200만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9.9% 과세)을 받을 수 있는 매력이 있지만 내년 말까지만 가입이 가능하고 한번 넣은 돈은 5년 이상 보유해야 하는 제한도 있다. “수익률도 낮은데, 목돈을 묶일 바에야 안 들고 만다”는 심리가 투자자들에게 강한 셈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ISA를 아예 외면하기보다 기대수준을 낮춰서라도 활용할 것을 권한다. 김덕희 NH투자증권 테헤란로WMC 부장은 “요즘은 절세가 곧 재테크인 시대”라며 “원금손실이 걱정된다면 주가연계형 파생결합사채(ELB) 등 원금보장형 상품을 ISA에 주로 담는 게 좋다”고 말했다. ELB는 코스피20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으로, 투자기간 동안 코스피200 지수가 정해진 범위를 벗어나더라도 확정된 수익률을 지급한다. 현재 NH투자증권에서는 3.2% 확정금리로 한 1년 만기 ELB를 판매하고 있다. 박영옥 신한금융투자 답십리지점 PB팀장은 “보수적인 투자자라면 일반 예금보다 금리가 높은 ISA 전용예금에 들어두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ISA와 비슷한 시기(작년 2월 29일)에 나온 비과세해외펀드는 ISA에 비하면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출시 이후 총 9,655억원의 누적 판매액(작년 11월말 기준)을 기록했으며, 설정규모 상위 10개 펀드 중 수익률이 20%를 넘는 상품(환헤지형 삼성중국본토중소형포커스ㆍ20.66%)도 있다. 투자 국가는 중국(1,819억원)이 가장 많고 베트남(1,654억원), 글로벌(1,290억원), 미국(277억원) 순이다.
비과세해외펀드 역시 올해 말까지만 가입이 가능한 한시 상품이다. 해외주식에 60% 이상 투자하는데, 비과세 혜택은 가입일로부터 10년 안에 투자하는 합계 3,000만원까지만 주어진다. 예를 들어 110만원(매매이익 100만원ㆍ주식배당소득 10만원)의 투자이익을 봤을 경우 일반 해외펀드는 110만원의 15.4%인 16만9,400원을 세금으로 내야 하지만 비과세 해외펀드는 주식배당소득에만 과세를 적용해 1만5,400원만 내면 된다.
다만 주요 투자처인 미국 등 주요 증시가 고점에 다다랐다는 평가가 나오는데다, 국제금융시장 불확실성마저 점차 커지고 있는 게 걱정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10년이란 장기간을 감안하면 비과세해외펀드가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덕희 부장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 등을 고려할 때 당분간은 신흥국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선진국 중심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해외 펀드들의 장기 수익률을 참조해 투자 비중을 결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해외펀드 평균 수익률(이달 6일 기준)은 ▦일본 99.29% ▦유럽 63.63% ▦인도 60.72% ▦중국 36.65% ▦브라질 -34.67% ▦중남미 -29.96% 등이었다.
3,000만원까지는 개수 제한 없이 다양한 펀드를 살 수 있는 만큼 유망한 펀드 여러 개에 소액 투자를 한 뒤 수익률을 보고 최종적으로 집중 투자할 펀드를 고르는 것도 괜찮다. 박영옥 PB팀장은 “월 5만~10만원씩 적립식 투자를 하다가 해당 지역 증시 상황을 보고 투자규모를 늘리는 분산투자 전략도 요즘 같은 분위기에선 유효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