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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2병 이겨내고 다시 선 트랙…태극마크 간절함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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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2병 이겨내고 다시 선 트랙…태극마크 간절함 깨달았다”

입력
2017.01.1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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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유가 5일 서울 노원구 태릉빙상장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마친 뒤 활짝 웃고 있다. 홍인기 기자 hongik@hankookilbo.com
김지유가 5일 서울 노원구 태릉빙상장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마친 뒤 활짝 웃고 있다. 홍인기 기자 hongik@hankookilbo.com

흔히‘중2병’이라고 말한다. 중2병은 중학교 2학년 무렵 사춘기 자아 형성 과정에서 공격성이 높아져 주변과 갈등을 겪는 현상을 일컫는다. 2013년 한 출판업체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426명 응답자 가운데 38%가 ‘중2병을 겪고 있거나 과거 겪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기대주 김지유(18ㆍ고양 화정고)도 중2병을 겪은 한 명이었다. 정신여중 2학년 재학 당시 운동도 하기 싫고, 살도 많이 쪘다. 평소 먹고 싶은 것을 줄이며 체중 조절을 했지만 경쟁에 따른 스트레스로 관리에 실패했다. 김지유는 이 시기를 쇼트트랙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 꼽았다.

지난 5일 태릉빙상장에서 만난 김지유는 “중2병 때문에 엄마와 싸우기도 참 많이 싸웠다”며 “중학교 3학년이 되면서 마음을 다시 잡았다. 엄마와 얘기를 많이 했고, 스케이트 코치였던 윤승남 선생님이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고 털어놨다.

한 차례 풍파를 헤치고 일찍 철이 들었다. 2015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하고 탈락했지만 좌절하지 않고 1년간 묵묵히 스케이트를 타며 이듬해 당당히 태극마크를 달았다.

김지유. 홍인기 기자 hongik@hankookilbo.com
김지유. 홍인기 기자 hongik@hankookilbo.com

현재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은 심석희(20ㆍ한국체대)와 최민정(19ㆍ서현고)이 ‘쌍끌이’를 하고 있다. 그리고 뒤를 김지유가 받친다. 김지유의 성장 속도는 언니들을 위협할 수 있을 만큼 빠르다. 지난해 11월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2016~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2차 대회 1,000m에서 처음으로 개인전 금메달을 획득했다. 3차 대회에서는 1,000m와 1,50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럼에도 스포트라이트가 심석희, 최민정에게 쏟아지는 것에 대해 김지유는 “서운함은 전혀 없다”며 “언니들이 주목 받는 틈 속에 마음 편히 스케이트를 탔다”고 말했다. 이어 “언니들의 체력과 노련미를 배우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지유는 올 시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2차 대회 1,000m에서 첫 1위에 오른 것을 꼽았다. 그는 “처음엔 믿기지 않았는데 조금 지나니까 실감이 났다”며 “자신감도 많이 붙었고, 다른 대회에서도 메달을 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반면 아쉬운 대회는 지난해 12월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4차 대회다. 3,000m 계주 금메달을 제외하면 개인 종목 입상에 실패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장소인데다 많은 팬들이 찾은 대회에서 부진했던 것이 마음에 걸렸다. 김지유는 “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서 하는 대회라 더 긴장했고, 성적도 안 좋았다”며 “아쉬움이 많았지만 좋은 경험을 한 것 같다”고 돌이켜봤다.

김지유.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김지유.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여섯 살 때 처음 스케이트를 탔던 김지유는 초등 1학년 때 쇼트트랙에 입문했다. 3학년까지는 타고 싶을 때만 타다가 4학년부터 본격 쇼트트랙 선수의 길을 걸었다. 6학년 때 전국 동계체전에서 3관왕을 차지했고, 이후 대회에 나갔다 하면 1위를 놓치지 않았다.

김지유는 “연습을 할 때 하기 싫어서 몇 번이나 그만 둔다고 했는데 성적이 나오니까 엄마가 ‘계속 타라’고 힘을 실어줬다. 그 당시에는 연습 말고 경기만 하고 싶었다”며 “대회에서 1등을 하면 그 짜릿함에 계속 탔다”고 웃었다.

그의 주 종목은 1,000m다. 김지유는 “처음 월드컵 개인 금메달을 땄을 때 결승에서 앞에 가던 선수가 넘어지는 등 운이 좋았다”며 “좋은 기억이 있어 더 자신 있고, 올림픽에서도 1,000m에서 메달을 따고 싶다”고 했다.

현재 김지유는 올림픽 전초전 성격이 짙은 2월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 초점을 맞추고 준비 중이다. 그는 “500m, 1,500m, 3,000m 계주에 나가는데 3개의 메달이 목표”라며 “마음은 금메달인데 현실적으로 힘들 수도 있다.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시간이 남았으니까 체력과 스타트를 집중적으로 훈련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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