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마지막 청문회가 9일 국회에서 열렸다. 이날 채택된 20명의 증인과 4명의 참고인 중 참석자는 겨우 5명에 불과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 등 핵심 증인들이 건강상 이유 등을 내세워 출석하지 않았다. 그나마 불출석 입장을 바꿔 청문회에 나온 조윤선 문화체육부 장관이 “블랙리스트 관련한 부분에 국민들에게 심려 끼친 점 죄송하고 사죄한다”고 고개를 숙인 게 소득으로 꼽힌다.
이번 청문회는 서울구치소 현장청문회를 포함해 일곱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국민이 TV 생중계를 통해 최순실 게이트 관련자의 면면을 확인한 점, “최순실씨를 모른다”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거짓말을 들춰낸 점, 적극적 제보로 우병우 전 수석의 한 차례 출석을 이뤄낸 점 등은 성과로 꼽힐 만하다. 국민의 적극적 협조와 관심은 정치권이 불출석 증인을 찾아 서울구치소로 들어가도록 견인한 원동력이었다.
개선해야 할 점이 더 많았다. 청문회 내내 핵심 증인들이 대거 출석하지 않는 바람에 ‘맹탕 청문회’ 소리를 들어야 했다. 청문회에 나오지 않아도 벌금만 내면 되고 동행명령장도 본인이 거절하면 더 이상 강제할 방법이 없다. 발언을 회피해도 마땅한 제재 수단이 없다. 국회 출석요구서에 구인영장 수준의 강제력을 부여하고 출석을 거부하면 국회모독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할 필요성이 한결 분명해졌다.
가장 큰 오점은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의 위증교사 의혹이다. 여당 의원이 사전에 핵심 증인과 만나 입을 맞췄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명백한 업무방해에 해당한다. 철저한 특검 수사로 반드시 진상을 밝혀 책임을 물어야 한다. 청문 위원들의 준비 부족도 내실 있는 청문회를 기대했던 국민들을 실망시켰다. 일부 의원은 치밀한 조사와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기보다는 증거 없이 호통만 치거나 자기 주장만 늘어놓는 등 국회의원 자질을 의심스럽게 했다. 출처가 불분명한 문건을 흔들며 의혹만 제기하는 의원들도 있었다.
국정조사 청문회의 목적은 최순실 게이트처럼 대형 권력형 비리가 발생했을 때 핵심 증인을 불러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것이다. 다음 번 국정조사에서는 청문회 무용론이 나오지 않도록 이번에 드러난 문제점을 신속히 개선해야 한다. 증인 불출석과 청문위원들의 무능 때문에 드러나지 않은 진실을 밝힐 책임은 이제 특검 몫으로 남았다. 특검은 엄정한 수사를 통해 국정농단 세력이 응분의 대가를 치르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