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 20명 중 16명이나 불참
출석한 증인은 모르쇠 일관
의원들은 무딘 질문 반복하며
“초등생만 못하다” 괜한 호통
똑 같은 질문 5분 17번 반복도
우병우 등 불출석 32명 고발 의결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국정조사특위’의 7차 청문회는 채택된 증인 20명 가운데 16명이 불참하면서 맹탕 청문회가 됐다. 핵심 증인이 대부분 불출석한 가운데 그나마 나온 증인들도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의원들이 의미 있는 답변을 끌어내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날 오전 10시 개회한 청문회 증인석은 정동춘 K스포츠재단 이사장, 남궁곤 이화여대 교수 외에 18명이 불출석해 썰렁한 모습이었다. 참고인 4명 중 출석한 사람도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이 유일했다.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과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에 들어가 박근혜 대통령의 올림머리를 한 미용사 정송주ㆍ매주 자매는 전날까지 출석 의사를 밝혔지만 돌연 이날 새벽 특위에 불출석 사유서를 팩스로 접수했다.
불출석 사유는 다양했다. 박 사장은 “최근 검찰과 특검 조사를 받으면서 이석증이 재발해 심한 어지럼증과 두통, 구토 증세를 겪고 있고, 스트레스로 인해 불면증까지 생겼다”고 주장했다. 정송주씨는 “지금의 상황이 너무나 무섭다. 불면증과 우울증을 겪고 있다”, 정매주씨는 “심리적으로 매우 힘든 상황이다. 불면증, 독감이 악화됐다”고 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위증 혐의로 특검에 고발된 상황에서 고발기관에게 신문을 받으면 사건 수사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불출석 사유서를 냈다. 윤전추ㆍ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은 “특검과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이유를 둘러댔다. 이에 특위는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증인 14명에게 동행명령장을 발부했지만, 오후에 추가 출석한 증인은 조 장관, 구순성 청와대 경호실 행정관 등 단 2명뿐이었다.
증인들의 답변은 이전보다 더 모르쇠였고, 의원들의 질의는 무뎠다.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은 조 장관이 답변을 회피하자 ‘블랙리스트가 있냐, 없냐’란 똑같은 질문을 5분 동안 17번 반복했다. 김성태 특위 위원장은 정동춘 이사장에게 “일어나 바로 이사회 회의록을 가져오라”고 호통을 치고 국회 경위를 시켜 회의장 밖으로 내보내기도 했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구순성 행정관에게 “초등학생도 그렇게 답변 안 한다”고 질책했다가 “저는 (증인) 선서를 했다. 국민들이 판단할 것”이라는 불만 섞인 답변을 들었다.
국조특위는 이날 불출석한 우병우 민정수석 및 안봉근ㆍ이재만 전 비서관 등 1~7차 청문회에 나오지 않은 증인 32명에 대해 국회모독 혐의로 검찰에 고발을 의결했다. 또 최경희 전 이대 총장과 김경숙 전 체대학장, 남궁곤 전 입학처장 등은 위증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의결했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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