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내에서 일반인에게 개방된 서킷은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BMW 드라이빙 센터, 인제 스피디움, 영암 코리아인터내셔널서킷(이하 KIC) 세 곳이다. BMW 드라이빙 센터는 BMW와 MINI 브랜드 체험을 위해 만든 서킷이며, 국제자동차연맹(FIA) 인증을 받아 모터스포츠 경기가 가능한 정식 서킷은 스피디움과 KIC 서킷이다.
운전 교육과 서킷 체험을 함께, BMW 드라이빙 센터
초보자도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은 BMW 드라이빙 센터다. 정식 서킷을 달려보기 전, 서킷 ‘맛’을 볼 수 있는 곳이다. FIA 규정에 맞춰 설계된 17개의 코너로 구성된 2.6km 길이의 서킷으로, 공식 인증은 받지 않았지만 서킷을 체험하기에는 충분한 조건이다. 특히 잘 정비된 BMW와 MINI를 타고 전문 인스트럭터의 지도를 받으며 서킷을 체험하기에 자동차가 없거나 트랙에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 가도 괜찮다. 단, BMW 드라이빙 센터(www.bmw-driving-center.co.kr)를 통한 사전 예약은 필수다.
BMW 드라이빙 센터에 준비된 10여 가지의 프로그램 중, 서킷 주행 프로그램은 챌린지 A, 챌린지 B, 어드밴스드, 이렇게 세 가지다. 챌린지는 80분, 어드밴스드는 180분 과정이며, 이 중 서킷 주행은 20분 가량이다. 서킷 주행에 앞서 운전에 관한 이론 및 실기 교육이 진행된다. 가격은 챌린지는 6만 원, 어드밴스드는 10만 원부터이며, 선택한 차종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운전 자세부터 언더스티어와 오버스티어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까지 운전에 관한 기초적인 이론 교육을 받은 뒤 교육받을 차를 고르면 실전 준비 끝! 어드밴스드 프로그램의 드라마틱 그룹은 1시리즈부터 4시리즈까지, 그리고 디젤 엔진의 118d부터 휘발유 엔진의 428i까지 다양한 모델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지그재그로 콘을 통과하는 슬라럼부터 긴급 회비, 긴급 제동 등 다양한 코스를 인스트럭터의 지도에 따라 연습하다 보면 어느새 차에 익숙해진다. 그럼 마지막 코스인 ‘서킷’으로 갈 차례다.
어디 가서 운전 잘한다는 소리 좀 들었는데, 이게 웬일인가. 연속된 코너로 이루어진 서킷은 완전히 다른 경험을 안겨준다. 빠르게 달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자꾸만 멀어지는 앞차와 간격을 좁히기 위해 무작정 속도를 올리니 코너 바깥으로 밀려나는 아찔한 경험을 하기 일쑤다. 혹여 차가 트랙을 벗어나 차가 손상되면 보험 처리는 되지만 자기부담금 50만 원을 내야 한다.
무전기를 통해 들려오는 인스트럭터의 설명에 귀를 기울인다. 직선코스에서 과감한 가속, 코너를 앞두고 충분히 감속한 뒤 빠져나오며 다시 또 가속. 코너의 정점에 놓여진 ‘콘’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선 라인을 그리다 보니 어느새 앞차와의 간격이 좁혀져 있다.
아쉬움이 조금씩 싹튼다. 슬슬 속도를 높이고 싶지만 선행차 추월은 금지이며 너무 바짝 붙어도 안 된다. 이제 슬슬 서킷의 트랙도 외우고 익숙해지는 듯하니 끝이란다. 다시 도전해봐야겠다.
스포츠 주행을 위한 FIA 인증 서킷, 스피디움과 KIC
인스트럭터의 인솔 하에 고작 20분 달린 게 아쉬웠다면, 이제 진짜 서킷에서 맘껏 질주해 볼 차례다. 스피디움과 KIC에서는 자신의 차로 마음껏 서킷을 달릴 수 있다. 하지만 BMW 드라이빙 센터와는 달리 서킷 라이선스 비용과 스포츠 주행권 비용, 유류비는 물론 타이어와 브레이크 마모로 인한 추가 비용이 필요하다.
스피디움과 KIC에서 스포츠 주행을 즐기려면, ‘서킷 라이선스’가 필수다. 서킷을 달릴 수 있는 자격증 같은 것. 두 서킷의 라이선스는 서로 호환되지 않는다. 라이선스 취득을 위해서는 이론 교육과 실전 주행으로 이루어진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시험에 통과해야 하며, 라이선스 당 10만 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또한, 라이선스는 유효기간이 1년이라 시즌이 끝나면 다시 취득해야 한다.
스포츠 주행은 20분 세션 한 번에 5만 원이며, 세션 당 최대 30대까지 입장 가능하다. 스포츠 주행은 일반인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번호판이 없는 경주차는 진입할 수 없다. 특히 주의할 점은 서킷에서는 보험 적용이 안 된다는 점. 그리고 서킷 시설물을 훼손하면 복구 비용을 훼손한 당사자가 부담해야 한다. 역시 보험은 없다. 서킷 라이선스 교육에 서킷 내 안전 규칙이 포함되어 있는 이유다. 라이선스 교육을 잘 듣고 잘 지키면 스포츠 주행에서 큰 사고가 날 위험은 많지 않다. BMW 드라이빙 아카데이와 같이 사전 예약이 필수다. 스피디움(www.speedium.co.kr)과 KIC( www.koreacircuit.kr) 웹사이트에서 라이선스 교육 및 스포츠 주행 가능 날짜를 확인하고 원하는 시간대를 예약할 수 있다.
강원도 인제에 위치한 스피디움은 FIA 그레이드 2 인증을 받은 서킷으로 총 길이는 3,908km, 19개의 코너로 이루어져 있다. 전라남도 영암에 자리한 KIC는 FIA 그레이드 A 인증을 받은 서킷으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간 F1 경기가 개최됐던 곳이다. 전체 서킷의 길이는 5.165km이며, 18개의 코너로 이루어져 있다. 스포츠 주행은 트랙 일부만을 사용하는 상설 서킷에서 진행되며, 길이는 3.035km, 코너는 10개이다.
스포츠 주행의 묘미는 다른 차와 경쟁하며 달린다는 것. 서킷 코스 정도는 미리 숙지하고 가야 한다. 다음 코너 방향을 몰라 머뭇대다 보면 어느새 뒤따라오던 차가 바짝 다가와 있다. 물론 경기가 아니니 뒤차가 빠르게 접근한다면 바깥쪽으로 움직여 진로를 양보하자.
‘폰더’를 대여해 서킷 한 바퀴를 도는데 걸리는 시간인 ‘랩 타입’을 기록할 수 있다. 어느 정도 서킷에 적응해 페이스를 올리면 랩 타임이 단축되는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다른 차와 결과를 비교하거나 자신의 랩 타임을 단축해 나가는 것으로도 상당한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 서킷은 직선 구간이 전부가 아니라, 코너를 어떻게 진입하고 탈출하는 지가 기록에 큰 영향을 끼친다. 고출력 차에게 직선 구간에서 양보해줬다가, 코너에서 따라잡는 순간의 짜릿함이란! 이런 쾌감에 빠져들면 자동차를 제대로 알고 싶고 트랙에 더욱 익숙해지기 위해 자꾸만 서킷을 찾게 될 것이다.
박혜연 기자 heye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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