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한 춘강 이사장 5년째 선행
호암상 상금 3억원 전액 기부
미얀마에 의ㆍ수족 공장까지 건립
“빈곤이나 전쟁에 휩쓸린 장애인들의 고통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한국전쟁 이후의 대한민국이 그랬던 것처럼 지금도 세계 각국에서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장애인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장애인의 아버지’로 불리는 사회복지법인 춘강의 이동한(66) 이사장은 5년 넘게 저개발국가의 장애인을 대상으로 해외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 출신으로 두 살 때 소아마비를 앓은 그 역시 지체장애 2급의 중증장애인이다.
이 이사장은 장애를 극복하고 조경업 등을 통해 사업가로 성공한 뒤 중증장애인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1987년 제주에서 사회복지법인 춘강을 설립했다. 또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지원하는 직업재활사업과 함께 중증장애인의 의료재활을 지원하는 제주재활의원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이 이사장이 국내에서 해외 저개발국간 장애인들에게 눈을 돌리게 된 것은 지난 2012년 장애인의 권익을 위해 힘써온 공로로 ‘호암 사회봉사상’을 수상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 이사장은 당시 받은 상금 3억원 전액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한 것은 물론 소득세 원천징수분까지 직접 부담했다.
국내 장애인 복지시스템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판단한 이 이사장은 이 기금을 토대로 에티오피아와 미얀마 카렌주에서 국제구호단체인 지구촌나눔운동과 함께 장애인 지원사업을 5년 넘게 진행 중이다.
이 이사장과 지구촌나눔운동은 2012년부터 2015년말까지 에티오피아 딜라, 예가체프지역에 의ㆍ수족제작기술자를 직접 데리고 가 현지에서 장애인 250명에게 의ㆍ수족을 지원했다.
이어 지난해부터는 카렌주에서 지뢰로 팔ㆍ다리를 잃은 피해자들을 위한 의ㆍ수족 제작 공장 건립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미얀마 국경지대인 카렌주는 60여년 계속된 내전으로 사실상 ‘지뢰밭’으로 변한 폐허지대이지만, 미얀마 민주화가 본격화하면서 50여만명의 난민이 모여들어 정작촌 건설에 나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내전 당시 곳곳에 묻어둔 지뢰로 인한 피해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의ㆍ수족 지원을 받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이사장은 에티오피아에서처럼 의ㆍ수족을 지원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판단, 아예 현지에서 지속적으로 의ㆍ수족을 자체 조달할 수 있도록 지난해 11월 카렌주 끌로요레마을에 의ㆍ수족 제작공장인 ‘장애인 지원 의족 워크숍 센터’의 문을 열었다. 또한 난민 4명을 캄보디아로 보내 의ㆍ수족 제작기술자로 양성, 현재까지 약 350명에게 의족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 이사장과 지구촌나눔운동은 올해는 난민들의 자립을 위해 씨돼지와 닭 등을 카렌주에 보내 농사와 축산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 이사장은 “한국전쟁 후 당시 세 살때 아버지를 여의는 바람에 어머니가 없으면 나는 그냥 죽을 수밖에 없다는 공포 속에서 살아왔다”고 회고했다.
그는 “요즘 세계 각국의 분쟁지역 장애인들의 삶도 내가 경험하는 것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한국전쟁 당시 우리나라를 도왔던 국가들 중 최빈곤 국가인 에티오피아와 미얀마를 사업 대상지역으로 선정하게 된 것도 이런 이유”라고 말했다.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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