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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과학자... 코티야르의 무한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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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과학자... 코티야르의 무한 매력

입력
2017.01.09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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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색조가 따로 없다. 이달 국내에 개봉하는 출연 영화만 3편. 겹치는 이미지는 없어 질릴 틈이 없다. 프랑스 배우 마리옹 코티야르(42)가 스크린에 펼치는 활약상은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프랑스 가수 에디트 피아프를 연기한 영화 ‘라비앙로즈’(2007)로 제80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던 그는 대서양을 오가며 연이 영역을 계속 넓히고 있다. 프랑스 선배 배우 소피 마르소가 다다랐던 국제적 명성을 뛰어넘어 여전히 빼어난 외모로 유럽의 아름다움을 스크린에 새기고 있는 그의 최근 매력을 살펴봤다.

마리옹 코티야르는 영화 ‘얼라이드’에서 고혹적인 매력을 발산하며 1940년대를 표현하는 데 모자람이 없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마리옹 코티야르는 영화 ‘얼라이드’에서 고혹적인 매력을 발산하며 1940년대를 표현하는 데 모자람이 없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우아-‘얼라이드’

우아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코티야르의 고혹적인 매력이 절정에 달한 느낌이다. 1940년대 모로코 카사블랑카의 이국적인 배경마저 그녀를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지만 코티야르만 보고 있으면 어쩐지 전쟁의 그늘은 사라져버린다. 그만큼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여인으로 그려진다.

‘얼라이드’(11일 개봉)는 영국의 정보국 장교 맥스 바탄(브래드 피트)과 프랑스 비밀요원 마리안 부세주르(마리옹 코티야르)의 사랑을 다뤘다. 두 사람은 카사블랑카에서 독일 대사를 암살해야 하는 임무를 맡는다. 임무 수행을 위해 부세주르는 일찌감치 카사블랑카에서 친독일파 인사들과 친분을 쌓으며 비밀 정보를 캐왔다. 바탄과 부부행세를 하며 사람들의 눈을 속인다. 영화의 한 시간은 두 사람의 만남부터 독일 대사를 암살하며 임무를 완수하는 과정이 스펙터클 하게 펼쳐진다. 이때 영화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장면들을 빚어내는 건 코티야르다.

바탄이 ‘가짜 아내’를 만나기 위해 카사블랑카의 한 레스토랑에 들어섰을 때 코티야르가 뒤를 돌아보며 환하게 웃는 장면은, 고전영화 ‘카사블랑카’(1942) 속 잉그리드 버그만에 못지 않게 황홀하다. 굵은 웨이브의 헤어스타일로 이지적인 매력을 뽐내면서, 몸에 밀착하는 드레스로 관능미를 동시에 드러낸다. 여성 관객들이 더 환호할 만한 아름다움이다.

결국 부세루즈의 매력에 푹 빠져버린 맥스는 영국으로 돌아가 결혼을 하자고 제안하고 둘은 가족이 된다. 하지만 영국 정부는 그녀가 독일의 스파이라고 의심하고, 바탄은 72시간 안에 무고함을 밝히지 못하면 아내를 죽여야 하는 운명에 놓인다. 결말은 의외로 허망하다. 그러나 코티야르에게 단 한 번도 눈을 떼지 못할 영화인 것은 분명하다.

코티야르는 영화 ‘어쌔신 크리드’에서 과학자 소피아를 연기했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코티야르는 영화 ‘어쌔신 크리드’에서 과학자 소피아를 연기했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냉철-‘어쌔신 크리드’

‘얼라이드’가 코티야르에게 1940년대 우아한 매력을 선사했다면, ‘어쌔신 크리드’(11일 개봉)는 미래형 과학자의 신비로운 이미지를 보여준다. 동명 게임을 원작으로 한 ‘어쌔신 크리드’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주인공 칼럼 린치(마이클 패스벤더)의 원맨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애니머스라는 최첨단 기계를 보유한 조직 앱스테르고의 과학자 소피아(코티야르)가 없이는 그의 활약은 빛을 바랬을 것이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사형수가 된 린치는 애니머스로 유전자 메모리를 추적해 500년 전의 조상 아귈라에 연결된다. 그 과정에는 그 누구보다 호기심으로 충만한 과학자 소피아가 있다. 소피아는 사형수인 린치를 경계하면서도 그가 500년 전 과거로 돌아가 15세기 유럽의 비밀 암살단의 일원의 삶을 직접 체험하는 모습을 보고 많은 감정을 드러내는 역할이다.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영화지만 코티야르가 과거로 돌아가는 분량은 하나도 없다. 그러나 린치를 통해 심경의 변화를 겪는 과학자의 고뇌가 썩 비중 있게 전개된다. 소피아는 기계에 연결된 몸을 통해 과거를 경험하는 린치를 단순히 실험대상으로 대하다가도, 그런 처지에 놓인 그를 연민의 눈빛으로 바라본다.

다양한 의상과 헤어스타일로 영화의 분위기를 주도한 ‘얼라이드’와 달리 이 영화에선 하얀색의 실험복 차림으로 등장해 차분하게 현실을 대변한다. 그녀의 기계적인 일상과 말투는 최첨단 과학으로 상징되는 현대를 보여주는 동시에 이익과 명예만 추구할 뿐 사랑과 동정심을 잃어버린 인간의 이기심도 드러낸다. 코티야르는 지난해 한국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소피아는 과학자라는 자신의 직업의식과 목표가 뚜렷한 사람이기 때문에 굉장히 헌신적으로 노력하는 사람”이라며 “린치를 통해 감정적인 변화를 느끼게 되는, 소피아의 복합한 캐릭터에 흥미를 느꼈다”고 말했다.

코티야르의 순수한 매력이 돋보이는 영화 ‘단지 세상의 끝’의 한 장면. 엣나인필름 제공
코티야르의 순수한 매력이 돋보이는 영화 ‘단지 세상의 끝’의 한 장면. 엣나인필름 제공

순수-‘단지 세상의 끝’

지난해 제69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영화 ‘단지 세상의 끝’(19일 개봉)은 코티야르의 새로운 이미지를 선보인다.

‘단지 세상의 끝’의 내용은 단순하다. 시한부 인생 선고를 받은 작가 루이(가스파르 울리엘)가 자신의 죽음을 알리기 위해 12년 만에 가족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그런데 오랜 만에 마주한 가족들이 심상치 않다. 반갑게 아들이자 오빠이며 동생인 그를 맞이하는 식구들이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한심하고 답답한 소리들만 해댄다. 엄마는 아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차리면서도 자신을 치장하는 데 주로 정신을 쏟는다. 오빠가 온다는 기대감에 찬 동생 수잔(레아 세이두)은 막상 루이가 오자마자 택시를 타고 왔다며 핀잔을 준다. 루이의 얼굴을 보자마자 인상을 찌푸리며 못마땅하게 여기는 형 앙투안(뱅상 카셀)의 신경질은 ‘시한폭탄’과도 같다. 가족의 식사시간이 즐거울 리 없다. 그 속에서 오롯이 루이의 눈에 띄는 건 까칠한 형 옆에 붙어 있는 형수 카트린(코티야르)이다.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느라 형의 결혼식도 못 가고, 형의 아이들을 본 적도 없는 루이. 그런 동생에게 화를 내는 형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바 아니다. 그렇지만 카트린 만큼 루이를 낯설어하고 어려워할 사람이 있을까. 카트린은 시동생과의 어색함을 대화로 풀어가고,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가족이 돼 간다. 목소리가 큰 가족들 틈에서 루이와 대화를 하는 유일한 사람처럼 보일 정도다. 카트린은 어느새 루이를 포용하고 이해하게 된다

가족들과는 다르게 순수한 면모를 부가시키려는 듯, 코티야르는 색조 메이크업을 지우고 자연스러운 외모로 카메라 앞에 섰다. ‘맥베스’와 ‘이민자’(2013) ‘미드나잇 인 파리’(2011) 등에서 비친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가족들이 내뱉는 독설 속에서 작게나마 숨통을 트여주는, 때묻지 않은 캐릭터가 코티야르의 또 다른 얼굴을 잘 보여준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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