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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처 찾지 못한 돈 107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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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처 찾지 못한 돈 107조원

입력
2017.01.09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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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 등 대내외 불확실성 커진 탓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일보 자료사진

국내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1% 초반으로 초저금리인데도 투자처를 찾지 못해 증시 주변만 맴도는 자금이 점점 늘어나 작년 말 투자자 예탁금 등 증시 주변자금이 107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 위기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얼어붙었던 당시 53조원과 비교하면 배가 넘는다. 주식투자는 금리와 반대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경제학 상식마저 무색할 지경이다. ‘초저금리-증시활황’이라는 등식이 성립하지 않은 것은 ‘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국내 정세 불안과 중국 위안화 약세 등 대외적 악재로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9일 금융투자협회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증시 주변 자금은 107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투자자 예탁금 21조8,000억원과 파생상품거래 예수금 7조1,000억원, 환매조건부채권(RP) 71조3,000억원, 위탁매매 미수금 1,200억원, 신용융자 잔고 6조8,000억원, 신용 대주 잔고 57억원을 합한 것이다.

증시 주변 자금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말 7조원 수준이었다. 이후 꾸준히 늘어 2007년 말 53조원 수준까지 커졌다. 2013년 말 95조원, 2014년 말 99조원에 이어 2015년 말 106조원에 달했다. 지난해 말에는 이보다 더 늘어나 107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투자자 예탁금은 2013년 말 13조9,000억원에서 2014년 말 16조1,000억원, 2015년 말 20조9,000억원으로 급증했고 지난해 말에도 21조8,000억원으로 증가세를 이어갔다. 증시 주변의 부동 자금 증가는 그만큼 확신이 서지 않아 증시 주변만 맴돌 뿐 투자를 결정하지 못하는 자금이 많다는 뜻이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주식 거래대금 합계는 2,054조원에 그쳐 전년보다 10.3%나 급감했다. 증시 투자매력이 줄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코스피는 수년간 '박스피'로 불릴 만큼 일정한 범위에서만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는 지루한 횡보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 만큼 투자 매력이 줄어들어 투자자들이 섣불리 뛰어들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이에 따라 증시 주변 대기성 자금은 당분간 더 늘어날 것으로 관측됐다.

은행 예금이나 부동산 등도 대체투자 대상으로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1.25%로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1% 초반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만기 1년짜리 KB국민은행의 국민수퍼정기예금과 KEB하나은행의 행복Together정기예금, 신한은행의 신한S드림 정기예금, 우리은행의 키위정계예금(확정형) 금리는 모두 1.10%에 그치고 있다.

부동산 투자전망도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 올해는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의 여파로 최근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미국 금리 인상이 수차례 단행되면 주택대출금 이자부담이 커져 집값이 폭락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부동산 시장은 관망세가 당분간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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