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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된 친구들에게 가끔 메시지 보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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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된 친구들에게 가끔 메시지 보내봐요”

입력
2017.01.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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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학생들 광화문서 공개 발언

“살아남은 게 죄스러울 뿐

우린 구조 아닌 탈출한 것

세월 흘러도 무뎌지지 않아”

2014년 4월 16일 차디찬 바다에서 구사일생으로 돌아온 단원고 생존학생 9명은 지난 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어렵사리 말문을 뗐다. “우리만 살아나온 게 너무 죄송하고 죄스럽다”고 했다.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주최로 열린 세월호 참사 1,000일 촛불집회 무대에서 참사 당시 단원고 2학년 학생 9명(김진태 김준호 이종범 박준혁 설수빈 양정원 박도연 이인서 장애진)은 혼자만 살아 돌아왔다는 미안함과 친구들을 향한 그리움이 뒤섞인 채 살아 온 지난 1,000일을 이야기했다. 생존학생들이 시민 앞에서 공개 발언을 한 건 참사 후 처음이다.

이들을 대표해 발언에 나선 장애진(20)양은 “저희는 구조된 것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 탈출했다고 생각한다”며 “‘가만히 있으라’고 해서 가만히 있었다. 구하러 온다고 해서 올 줄 알았다”고 참사 당시를 떠올렸다. 배에 물이 들어 찬 상황에서도 해경이 도착했다는 말에 금방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이들은 사랑하는 친구들과 영영 이별하게 됐다.

가족 품으로 돌아왔지만 버티기 힘든 시간이었다. 세월호에 남은 친구의 부모를 만나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 2년9개월이 지난 지금 ‘이젠 무뎌지지 않았을까’ 하는 질문에 전혀 그렇지 않다고 했다. “아직도 친구들 페이스북에는 글이 올라온다. 답장이 오지 않는 걸 알면서도 메시지를 보내고 꺼져있을 걸 알면서 괜히 전화도 해본다. 친구들이 너무 보고 싶어 사진과 동영상을 보면서 밤을 새기도 하고 꿈에 나와달라고 간절히 빌면서 잠이 들기도 한다.” 이들은 말을 이어가다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생존학생들이 이날 공개발언에 나설 용기를 낸 건 먼저 떠난 친구들 때문이었다. 장양은 “제대로 (구조) 지시를 했거나, 당장 (배에서) 나오라는 말만 해줬다면 희생자가 많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렇기에 대통령이 제대로 지시하지 못한 7시간을 조사하는 건 당연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생존학생들은 “우리는 너희를 절대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을게. 우리가 너희를 만나는 날 우리들을 잊지 말고 18세 그 모습을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생존학생들은 세상을 떠난 친구들에게 이렇게 전하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세월호 유족 9명이 무대에 올라 이들을 품에 안고 위로했다. 바라보던 시민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날 세월호 유가족들과 시민들은 희생자 분향소 사진이 들어간 현수막과 단원고 학생들이 1학년 때 찍은 단체사진을 앞세우고 청와대와 헌법재판소 방향으로 행진했다. 퇴진행동 측은 60만 시민들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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