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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원 받던 무가 5000원까지… 설 앞두고 장바구니 물가 ‘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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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원 받던 무가 5000원까지… 설 앞두고 장바구니 물가 ‘요동’

입력
2017.01.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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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채소 경작지 줄어들고

기상 악화로 공급량 감소 탓

AI 장기화로 달걀값 더 오름세

中불법조업에 오징어값도 폭등

주부들, 저렴한 재래시장으로 발길

청과물상가는 박리다매 전략

대형마트 휴무일인 8일 오후 백화점에서 만난 주부 김미현(42)씨는 반찬거리를 사러 들른 지하 식품매장에서 한참 동안을 서성였다. 그는 진열대를 수차례 오가며 무와 배추 등을 집었다가 크게 오른 가격표를 보고 내려놓기를 반복하다 달랑 당근 2개만 장바구니에 담았다. 그는 “평소 1,500원 정도였던 무가 오늘은 5,000원으로 뛰어 그냥 내려놨다”며 “당근도 1,000원에서 2,000원으로 올라 망설이다가 꼭 필요해 샀다”고 푸념했다. 그는 “설을 앞두고 물가 대란이 일어나는 건 아닐까 겁난다”며 자리를 떴다. 매장 관계자는 “매년 설을 앞두고 채소는 제주에서 공급되는데, 경작지가 줄어든 데다가 기상 악화로 평년보다 공급량이 크게 줄어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고 말했다.

설 명절을 앞두고 농ㆍ축ㆍ수산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AI, 계란)와 지난해 여름 폭염ㆍ가을 태풍(무ㆍ당근ㆍ배추 등),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오징어) 여파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주부들은 값이 싼 곳을 찾아 발길을 옮기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가격통계(KAMIS)에 따르면, 지난해 폭염과 태풍 피해를 직접 받은 무ㆍ당근ㆍ양배추 등 주요 농산물 가격(6일 기준)이 평년(최근 5년)보다 2~3배로 뛰었다. 무 1개가 3,096원으로 평년(1,303원)보다 2.4배(137.6%) 급등했고, 당근(1㎏) 역시 6,026원으로 2.2배(123.8%) 치솟았다. 양배추(한 포기)는 5,578원으로 평년(2,630원)보다 2.1배(112.1%) 올랐고, 배추(한 포기)는 4,354원으로 평년(2,893원) 대비 50.5% 뛰었다. aT관계자는 “설을 앞두고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격도 올랐지만, 지난해 기상 여건이 나빠진 영향 탓에 올 초 채소가격은 더 많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AI에 따른 품귀 현상으로 평년(5,539원)보다 61.7%나 뛴 계란(특란) 가격(8,960원)은 설을 앞두고 더 오를 조짐이다. 수산물 중에선 갈치(1마리) 가격이 21.2%, 물오징어(1마리) 14.5%, 굴(1㎏) 12.4% 등으로 각각 올랐고, 축산물에선 한우 등심(1등급 100g)이 22.9% 오르는 등 쇠고깃값도 뛰고 있다.

농ㆍ축ㆍ수산물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소비자들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은 재래시장 등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이날 서울 구로구의 한 청과물 상가에서 만난 주부 임효순(55)씨는 “굵은 제주산 무 1개에 2,000원, 당근 5개가 든 1봉지를 2,000원에 구매해 대형마트보다 훨씬 싸게 샀다”며 “지인이 싸고 좋다고 알려줘 이 곳에 자주 온다”고 말했다. 실제로 문을 연 지 2개월 밖에 안 된 이 매장은 입소문이 퍼져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매장 주인 김정인(57)씨는 “야채ㆍ과일 종류는 대형마트 보다 평균 20% 정도 싸게 팔고 있다”며 “가격에 민감한 고객들을 유인하려면 박리다매 밖에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8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주부들이 진열대에 쌓인 무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주부들이 진열대에 쌓인 무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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