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초대석] 김연식 태백시장
과잉ㆍ중복투자 개발사업에 매스
오투리조트ㆍ옛 KBS부지 매각 등
항노화 산업 육성할 동력 마련
市 부채비율 18.4% 로 개선
일본서 ‘한국판 유바리 市 ’ 주목
“강원랜드 수익 75%가 정부 몫
폐광지역 재투자율 더 높여야”
강원 태백시는 한 때 자치단체 파산 예상 리스트의 ‘단골손님’이었다. 민선 4기에 완공한 오투리조트가 지난 2014년 파산해 1,400억 원대의 빚을 떠안았기 때문이다. 급기야 2015년 7월 예산 대비 채무 비율이 34%를 넘어 행정자치부로부터 ‘재정위기 주의 자치단체’로 지정되는 오명을 썼다. 폐광도시를 관광도시로 탈바꿈하겠다며 무리한 투자를 일삼다 파산한 일본 홋카이도 유바리(多張)시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했다.
이를 생존의 문제로 인식한 김연식(49) 태백시장은 불필요한 개발사업에 과감히 ‘메스’를 댔다. 뿐만 아니라 그는 공유재산을 매각해 빚을 갚았고, 지난해 2월 오투리조트 매각을 성사시켰다. 이렇게 태백시의 예산대비 채무비율은 2015년 1분기 34.4%에서 지난해 2분기 18.7%, 3분기 18.4%까지 호전됐다. 지난해 12월에는 재정위기 자치단체라는 꼬리표를 떼어 냈다. 국내는 물론 일본 언론도 짧은 시간에 재정위기를 극복한 김 시장을 주목했다. “2021년까지 태백을 ‘채무제로 도시’를 만들겠다”는 김 시장을 정유년(丁酉年) 첫 주에 만나 폐광지 경제진흥 정책 등 발전전략을 들었다.
-채무 청산 과정이 쉽지 많은 않았을 텐데.
“2014년 오투리조트 파산으로 태백시가 1,460억 원의 빚을 떠 안았다. 주거래 은행인 농협과 협상으로 빚이 1,307억 원으로 줄기는 했으나 부담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채무가 차지하는 비중이 시 예산의 30% 이상까지 차오르고 국내외 경기는 침체돼 투자는 지지부진했다. 좀처럼 활로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지만, 각종 경비는 물론 공무원 수당에서 홍보비용까지 작은 부분부터 아끼기 시작했다. 선출직 단체장으로 선거에서 표와 직결될 수 있는 사회단체 보조금도 과감히 줄였다. 시가 갖고 있던 옛 황지동 KBS방송국부지, 삼수동 매봉산 풍력발전단지도 매물로 내놨다. 결정적으로 오투리조트 매각까지 이뤄져 1년 5개월 만에 재정위기 자치단체라는 불명예에서 벗어났다. 부채 청산 과정에서 태백시 전체가 잘못된 결정 하나가 엄청난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큰 환부를 도려냈기 때문에 올해는 전략 산업에 투자할 여력이 생겼다.”
-공유재산 매각이 재투자로 이어지는 효과를 내고 있다고 들었다.
“단순히 빚을 갚는 차원이 아닌 투자유치 개념에서 접근한 결과다. 황지동 옛 KBS태백방송국 부지(3만 5,369㎡)는 2011년 3월 90억 원에 매입해 지난해 4월 133억 원에 매각했다. 현재 이 자리에 부영그룹이 1,236세대 규모의 임대아파트 사업을 추진 중이다. 투자액이 2,000억 원에 이른다. 매각대금으로 시 채무를 해결하고, 주민들의 주거복지도 향상시키는 효과가 기대되는 셈이다. 매봉산 풍력발전단지는 매각 이후 중부발전과 ‘단지개발 및 신재생에너지 보급활성화를 위한 협약’을 했다. 이를 통해 600억 원이 지역에 투자돼 경기부양은 물론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게 됐다.”
-개선된 투자여력을 항노화 산업 육성에 집중한다고 하는데.
“전세계 항노화 산업 시장 규모는 225조원 가량이다. 앞으로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시장규모가 더 커질 것이다. 부채를 해결해 생긴 가용재원을 항노화 산업 육성에 집중할 계획이다. 태백의 청정 고원지대 식물자원을 재료로 한 안티에이징 화장품, 건강식품, 생활용품을 제조, 유통하는 산업단지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2015년 만든 항노화 태스크포스(TF)팀을 올해 전담조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항노화 식물을 재배할 농업기반을 마련하면 대기업과 연구소를 유치해 제품을 만드는 형태로 사업을 추진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중국시장에 진출할 계획을 갖고 있다.”
-평소 강원랜드의 폐광지 투자에 대한 역할 재정립을 주장해 왔다.
“강원랜드 수익금 가운데 72.5%를 정부가 가져간다. 폐광지에 재투자되는 비율이 25% 가량이다. 강원랜드가 쌓아둔 유보금이 수조 원에 달하지만 폐광지 투자는 미미하다. 때문에 폐광지 경제는 여전히 낙후됐다. 강원랜드가 폐광지 경제진흥이라는 설립 목적과 달리 중앙정부의 재원 확보를 위한 도구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 같은 분배의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폐광지역지원특별법(폐특법)을 개정, 강원랜드 수익금의 폐광지 재투자 비율을 35%까지 상향해야 한다. 이를 재원으로 2025년 폐특법 종료 전까지 신재생에너지 설비단지를 비롯해 군수물자 산업 등 제조업 기반 확충이 필요하다. 폐광지 전체 생존의 문제다.”
-폐특법이 시행된 지 23년째 접어든다. 지금까지 성적을 평가한다면.
“학점으로 얘기하자면 C학점이나 D학점 정도다. 심하게 말하면 낙제를 겨우 면한 수준이다. 20년 넘게 엄청난 자금이 들어갔지만 정부와 자치단체의 전략산업 방향설정에 큰 오류가 있었다. 예를 들어 폐광기금을 재원으로 태백시를 포함해 영월ㆍ정선군, 삼척 도계읍 등 강원 폐광지가 모두 관광리조트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강원랜드를 사이에 두고 리조트와 스키장을 마구 짓다 보니 참담한 결과로 이어졌다. 지역의 특수성을 등한시한 중복 투자가 문제였던 셈이다. 정부가 폐광지를 한 덩어리의 지역공동체로 봤기 때문에 벌어진 일들이다. 폐특법이 종료되는 8년 이내에 성장동력을 찾을 수 있도록 정부가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태백=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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