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 교육단체 공대위 성명서
“김기춘ㆍ우병우 등 靑 실세들이
반정부 성향 교수 총장서 제외”
특검팀에 철저한 수사 요구
정부가 국공립대를 길들이기 위해 정부에 비판적인 교수를 총장에서 제외시켰다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처럼 청와대 실세들이 교육계 인사를 좌지우지했다는 이른바 ‘블루(靑) 리스트’(블루하우스+리스트) 의혹을 파헤쳐 달라는 요구가 여기저기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등 18개 교육단체가 참여한 대학공공성강화를위한전국대학구조조정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8일 성명서를 내고 “총장 임명제청 거부 사태가 총장 임명권을 가진 박근혜 대통령을 둘러싼 김기춘 전 비서실장,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 청와대 실세들이 개입해 정권에 비판적인 인사를 걸러내는 과정이었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며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청와대와 비선실세들의 국립대 총장 임명에 대한 부당 개입 사실을 밝혀 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앞선 지난 달 29일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는 “국공립대 총장의 파행적인 임명과 총장공석 사태에 국정 농단 세력이 개입한 의혹이 짙다”며 수사를 요청했다.
국공립대 총장 임용은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기 전부터 계속 논란거리였다. 박근혜 정부가 명확한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각 대학이 추천한 총장 후보를 거부하고 임명을 차일피일 미루거나, 1ㆍ2순위 후보 중 2순위 후보를 총장에 임명했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임명 제청 거부로 현재 총장이 장기간 공석인 대학은 공주대(34개월) 광주교대(3개월) 전주교대(22개월) 한국방송통신대(27개월) 등 4곳에 달한다. 또 경북대 경상대 순천대 충남대 한국해양대 등 5개 대학은 2순위 후보자가 총장에 임명돼 논란이 일었다. 국공립대 총장은 대학이 간선제로 뽑은 1ㆍ2순위 후보를 교육부에 추천하고, 교육부가 이 중 한 사람을 임용 제청하면 대통령이 재가한 후 임명된다. 이전 정부에서는 1순위 후보자를 임명하는 게 관례였다.
의혹을 증폭시키는 건 1순위 후보임에도 총장에 임명되지 못한 교수들이 대부분 정부에 비판적인 입장을 가진 인물들이라는 점 때문이다. 경북대 총장 후보 1순위였던 김사열 교수는 시민단체 대표로 활동하며 정부를 비판해왔고, 충남대 총장 후보 1순위였던 김영상 교수는 유신 정권 반대운동을 하다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수감된 적이 있다. 김사열 교수는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여권 실세를 잘 아는 동료 교수로부터 ‘(총장이 되려면) 비판적인 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가 필요하다’는 제안을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5월 임명된 전호환 부산대 총장은 최근 김기춘 전 비서실장에게 자신이 정권 친화적인 인물임을 강조하며 임명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일자, 학생들에게 ‘임명이라는 큰 산을 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이해해달라’는 문자를 보내 의혹을 사실상 시인하기도 했다.
한국체육대학의 총장 임명 과정도 논란거리였다. 교육부는 2년 동안 한국체대가 추천한 총장 후보들을 4번 연속 거부한 끝에 2015년 2월 경북 구미 지역 새누리당 3선 국회의원 출신인 김성조 현 총장을 임명했다. 공대위는 “친정부 인사의 총장 임명을 통해 대학을 정권의 하부기관으로 만들려는 속셈”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법이 정하는 절차에 따라 국립대 총장의 임용제청 여부를 결정한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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