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박철우(32)의 ‘서브쇼’가 펼쳐졌다.
박철우는 8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2016~17 NH농협 V리그 프로배구 남자부 대한항공전에서 트리플크라운(한 경기서 후위공격3, 블로킹득점3, 서브득점3 이상)을 달성하며 세트스코어 3-0(25-14 25-23 25-23) 완승을 이끌었다. 그는 이날 후위공격 5점, 서브득점 4점, 블로킹 3점 등 16점을 올렸다. 특히 승부처마다 터진 날카로운 서브 득점으로 상대의 기를 꺾었다. 2011년 3월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과 준플레이오프 이후 2,125일 만에 만들어 낸 개인 통산 두 번째 트리플크라운이었다. 문성민(31ㆍ현대캐피탈)에 이은 역대 2호 프로 통산 서브 득점 200개(현재 201개) 기록도 세웠다.
최근 2연승에 4라운드 들어 3승1패를 기록한 삼성화재는 10승12패(승점 35)로 우리카드(11승10패ㆍ승점 34)를 끌어내리고 4위를 되찾았다. 최근 3연승을 달리던 대한항공은 이날 패배로 14승7패(승점 40)가 되며 선두 현대캐피탈(14승7패ㆍ승점 41)을 따라잡지 못했다.
이날 경기 전 박철우는 장인인 신치용 삼성화재 단장으로부터 ‘서브 넣을 때 너무 의욕이 넘친다. 힘을 빼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그는 “단장님이 예전 감독님으로 계실 때는 늘 듣던 조언이었지만 요즘은 가끔씩 해주시는 말씀이 큰 도움이 된다”고 웃었다. 신 단장은 경기 후 박철우의 통산 서브 득점 200개와 트리플크라운 시상자로 직접 나섰는데 사위의 어깨를 두드리며 “오늘은 (서브) 잘 넣더라”고 칭찬했다.
삼성화재의 끈끈한 플레이가 돋보인 한 판이었다. 임도헌 삼성화재 감독은 “선수들이 이기려는 의지가 강했다. 2단 연결과 디그가 잘 됐고 범실도 적었다”고 평했다. 그 중심에 박철우가 있었다.
공익요원으로 2년 간 복무를 마치고 작년 11월 말 전역해 곧바로 팀에 합류한 그는 ‘분위기메이커’를 자처하고 있다. 득점 뒤에는 눈에 띄게 포효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실점하면 누구보다 먼저 동료들을 다독인다. 경기 뒤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그의 목은 잔뜩 쉬어 있었다. 박철우는 “훈련 때도 후배들에게 ‘내 목소리가 작아지면 일깨워 달라’라고 부탁한다”고 웃음지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경기가 끝나면 늘 박철우의 목이 잠겨 있다”고 전했다.
사실 박철우의 이날 공격성공률은 40.91%로 높은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고비 때는 어김없이 강타를 상대 코트에 꽂아 넣었다. 그는 “공격성공률이 60~70%가 되면 좋지만 지금은 그런 걸 생각할 겨를이 없다. 훈련 때 충실하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하고 실전에서는 한 점, 한 세트, 한 경기에 집중할 뿐이다”며 “우리가 실력은 조금 뒤처져도 이런 마음가짐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대전=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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