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보당국이 공식적으로 러시아의 지난해 미국 대선 개입 사실을 발표한 가운데, 선거 결과에는 영향이 없었다며 논란을 일축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버락 오바마 행정부 사이 분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7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정보기관은 (러시아의) 해킹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고 매우 강력히 밝혔다”고 주장했다. 전날 러시아의 대선 개입 시도와 관련한 미 정보기관 수장들의 공식 브리핑을 들은 트럼프 당선인은 결국 해킹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당선에 미치는 파장에는 선긋기에 나섰다. 그는 러시아 측이 투표 기계를 건드린 사실이 없다며 “민주당전국위원회(DNC)의 피해만 논의되는 이유는 민주당이 너무 완벽히 패배해 당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조롱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이와 같은 발언은 6일 국가정보국(DNI) 등 17개 정보기관이 미 의회에 제출한 기밀해제 보고서가 공개된 지 하루만에 나왔다. 이 보고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미 대선개입 지시 정황을 확인하는 미 정보당국 차원의 첫 공식 보고서로, 당국은 “우리는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정부가 힐러리 클린턴의 신뢰도를 떨어뜨림으로써 트럼프의 당선을 돕기를 열망했다고 평가한다”고 분석했다. 정보당국 수장들은 같은 날 관련 내용을 트럼프 측에 보고했다.
보고서 공개 하루 전 내용을 전달받은 오바마 대통령은 6일 ABC방송과 인터뷰에서 “진실은 러시아가 (미 대선에) 개입하려 의도했으며 실제 행동에 옮겼다는 것”이라며 의혹을 재확인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의 반응을 예상이라도 한듯 “선거 이후에도 말했지만 우리는 서로 같은 팀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며 “블라디미르 푸틴은 우리 팀이 아니다”고 선제적인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트럼프 당선인은 하지만 “러시아와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은 좋은 일이지, 나쁜 일이 아니다”라고 맞받아치며 오바마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다. 트럼프 당선인은 또한 “어리석은 이들이나 바보들만 그게 나쁘다고 생각한다”며 “내가 대통령으로 있는 동안 러시아는 지금보다 훨씬 우리를 존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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