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 기일이나 시간이 촉박해 총수 일가 계열사에 어쩔 수 없이 일거리를 줄 수 밖에 없었다는 변명이 앞으로는 통하지 않게 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일감 몰아주기(대기업이 총수 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주문이나 일거리를 몰아주는 행위) 규제의 예외 조항을 매우 엄격하게 적용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8일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한 ‘총수일가 사익편취 금지규정 가이드라인’을 제정, 발표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총수일가 사익편취 금지 규제와 관련, 대기업들의 문의가 많았던 사안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우선 일감 몰아주기 예외 사유가 구체화된다. 일감 몰아주기는 해당 연도 총거래액이 200억원 이상이거나 총수일가 보유 회사 평균 매출액의 12% 이상인 경우에 적용되지만 ▦효율성 증대 ▦보안성 ▦긴급성 등 세 가지 예외 사항이 있으면 이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그러나 공정위는 앞으로 이 예외 사유를 매우 엄격하게 적용, 효율성 증대를 위해 내부거래를 하는 경우에도 ‘효율성이 가까운 시일 내 발생할 것이 명백한 경우’에만 적용받을 수 있도록 했다. 신제품 출시에 맞춰 신속하게 광고가 집행돼야 해서 계열 광고회사에 일감을 넘겨준 경우 외부 광고회사와 거래를 했어도 신속한 절차 진행이 가능했다고 보여진다면 예외 적용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또 보안성 예외의 경우 ‘비밀유지계약서와 같은 보안 장치를 사전에 마련할 수 있는 경우’도 예외로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특히 긴급성 예외에서 ‘납품 기일 준수’는 예외로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공정위는 나아가 일감 몰아주기의 경우 법에 규정된 금지행위의 유형에만 해당되면 그 행위가 공정한 거래를 제한하는 지 여부를 고려할 필요 없이 곧바로 위법행위로 간주하기로 했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