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인 루니(32ㆍ잉글랜드)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전설’로 우뚝 섰다.
루니는 8일(한국시간) 레딩(2부 리그)과 잉글랜드 축구협회(FA)컵 3라운드(64강) 홈경기에 선발 출전해 전반 7분 선제 결승골을 터뜨렸다. 후안 마타(29)의 크로스를 받은 루니는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오른발을 내밀었고 볼은 무릎을 맞고 레딩 골대 오른쪽 구석으로 들어갔다. 맨유는 4-0 대승을 거두고 32강에 안착했다.
2004년 여름, 에버턴에서 이적해 온 루니가 맨유 통산 249호 골을 기록하는 순간이었다. ‘맨유의 전설’ 보비 찰턴(80)이 1972~73시즌 세웠던 맨유 역대 개인 통산 최다 득점 기록(249골)과 타이다. 루니가 득점에 성공하자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찰턴이 웃음을 지었고, 루니를 맨유로 데려온 알렉스 퍼거슨(76) 전 감독도 큰 박수를 보냈다. 찰턴은 249골까지 758경기가 걸렸지만 루니는 543경기밖에 치르지 않았다. 루니는 한 골만 더 넣으면 ‘맨유의 역사’가 된다.
루니는 최근 부진한 플레이로 논란의 중심에 섰지만 프리미어리그와 잉글랜드 국가대표로 한 시대를 풍미한 선수다.
에버턴 유스 출신인 그는 만 16세인 2002년 10월 19일 아스날을 상대로 종료 1분 전 결승골을 터뜨렸다. 아스날의 30경기 무패 행진을 저지하는 루니의 프리미어리그 데뷔골이었다. 아르센 벵거(68) 아스날 감독은 당시“내가 잉글랜드에 온 이래 발견한 최고 유망주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루니는 2003년 2월 호주전에서 17세 111일의 나이에 A매치(국가대항전) 데뷔전을 치렀고 그 해 9월 마케도니아전에서 17세 317일의 나이로 골을 넣어 두 부문 모두 당시 잉글랜드 최연소 기록을 세웠다. 포르투갈에서 열린 유로 2004 때는 조별리그에서만 4골을 터뜨려 ‘축구황제’ 펠레(77)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루니는 잉글랜드 대표팀에서도 역대 개인 통산 최다 득점(119경기 53골)을 기록 중이다. 지난 2015년 10월 찰턴이 가지고 있던 기존 기록(49골)을 경신했다.
유로 2004 직후 루니는 파격적인 3,000만 파운드(약 443억 원)의 이적료에 에버턴에서 맨유 유니폼으로 갈아 입었다. 맨유에서 그는 다섯 번의 리그 타이틀, 한 번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타이틀을 거머쥐며 당시 팀 동료였던 동갑내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와 함께 ‘쌍두마차’로 군림했다. 루니의 플레이 스타일은 메시처럼 우아하지 않다. 호날두 같은 파괴력도 없다. 하지만 수비수를 온 몸으로 뿌리치고 골대를 향해 달리는 직선적인 드리블과 볼에 대한 엄청난 집념은 아무도 못 말린다. 하체가 튼튼한 체형과 이런 폭발적인 질주를 합쳐 팬들은 ‘절구통 드리블’이란 신조어를 만들었고 이는 루니를 대표하는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그가 2011년 2월, 라이벌 맨체스터 시티 골문에 꽂아 넣은 환상적인 바이시클 킥은 프리미어리그 역대 명장면으로 두고두고 회자된다. 루니는 불 같은 성격 때문에 구설에 오른 적도 많다.
어느덧 삼십 줄에 접어든 루니도 세월의 흐름을 이기지 못하고 최근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가 볼을 잡으면 경기 흐름이 끊긴다는 이유로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올 시즌 초반 맨유가 부진하자 비난은 더욱 거세졌다. 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작년 10월 잉글랜드와 몰타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유럽지역 예선 F조 2차전에서 선발로 나선 루니가 공을 잡을 때마다 잉글랜드 팬들은 야유를 퍼부었다. 설상가상 최근에는 허벅지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하지만 이날 레딩을 상대로 4경기 만에 그라운드로 복귀한 그는 가벼운 몸놀림으로 부활의 날개 짓을 폈다. 루니는 “맨유처럼 거대한 클럽에서 대기록을 세웠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보비 찰턴과 득점에서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게 큰 영광이다. 조만간 역대 최다골 기록을 세우기를 희망 한다”고 말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