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 볼펜을 물고 발음 연습을 하는 것이 과연 좋은 것일까? 아나운서들은 정확한 발음을 구사하기 위해 평소에도 발음 연습을 하는데, 특히 모음의 발음은 입 모양과 혀의 위치에 따라 음가가 결정되기 때문에 정확한 입 모양을 만들어 발음하는 연습을 한다.
예를 들어 ‘ㅏ’, ‘ㅐ’, ‘ㅓ’와 같은 (반)개모음들은 입을 크게 벌리고 혀의 위치를 낮추어서 발음해야 정확한 음가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런데 입에 볼펜을 물고 발음하면 입을 벌릴 수 없기 때문에 ‘ㅏ’, ‘ㅐ’, ‘ㅓ’ 모음을 제대로 발음할 수 없다.
다만 ‘ㅡ’, ‘ㅣ’, ‘ㅔ’처럼 입을 조금만 열고 혀의 위치를 높여서 발음하는 (반)폐모음들은 입에 볼펜을 물고 발음하면 쉽게 발음할 수 있다. (반)폐모음들은 아래턱을 위턱으로 올려 입을 옆으로 벌리면서 발음해야 하는데, 볼펜을 입에 물면 자연스럽게 입이 옆으로 벌어지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은 ‘ㅔ’와 ‘ㅐ’의 발음을 구분하는 것을 특히 어려워하는데, 볼펜을 입에 물고 발음하면 반폐모음인 ‘ㅔ’를 쉽게 발음할 수 있고, 반대로 입을 벌려서 발음하면 반개모임인 ‘ㅐ’를 쉽게 발음할 수 있다. ‘ㅔ’의 발음이 자신 없다보니 ‘네’를 ‘니’로 잘못 발음하게 되는데, 앞으로는 아래턱을 위턱으로 올려 ‘네’를 정확하게 발음하도록 하자.
‘ㅡ’ 모음도 역시 아래턱을 위턱으로 올려 발음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입을 벌려서 발음하면 ‘ㅓ’처럼 발음하게 돼 ‘마음만 턱별시민’이 될 수 있다. 각각의 모음마다 그 음가를 만드는 입 모양과 혀의 위치가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입 모양과 혀의 위치를 만들어 발음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유지철 KBS 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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