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대 시중은행에서만 177곳의 영업점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모바일이나 인터넷 거래 등 비대면 거래가 확산하면서 은행들이 수익성이 떨어지는 영업점을 없애거나 통폐합하면서 점포 수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라진 점포 5개 중에 4곳은 수도권 점포였다. 모바일 사용 빈도수가 높은 젊은층이 많이 사는 데다가 임대료가 높고, 점포 간 경쟁이 치열한 곳이다.
8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국민·우리·하나·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영업점 수는 2015년 말 5,096곳에서 작년 말 4,919곳으로 1년 만에 177곳(3.47%)이 줄었다. 사라진 점포 수는 전년인 지난 2015년에 견줘 3배 가까이 늘어났다. 2015년에는 2014년 대비 58곳이 줄었다.
지난해 영업점은 전국적으로 234곳이 폐쇄됐다. 신설된 곳은 57곳에 불과했다. 영업점이 가장 많이 없어진 지역은 서울이다. 177곳 가운데 95곳(53.6%)이 이곳에 집중됐다. 서울시 한 개 구에서 평균 3.8곳씩 사라진 셈이다. 구별로는 강남구가 가장 많은 12곳이 줄었다. 15곳이 폐쇄됐고 3곳은 신설됐다. 서초구(4곳), 송파구(6곳)도 많이 줄어 강남 3구에서만 22곳이 사라졌다. 성북구, 영등포구도 6곳씩 사라졌다. 반면 성동구(1곳), 강서구(1곳)는 평균을 밑돌았다. 은평구는 25개 구 중 유일하게 폐쇄도 신설도 없었다.
서울을 제외하고는 경기도가 49곳이 줄어 두 번째로 많이 감소했다. 이에 따라 수도권에서만 144곳이 줄었다. 177곳의 점포 가운데 81.4%가 수도권에서 줄어든 것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영업점이 줄어든 건 우선 점포 임대료가 비싼 데다가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수도권에서는 점포가 집중돼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이라며 “수익성 악화가 우려돼 점포 통폐합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비대면 거래가 90%를 넘어가면서 지점의 중요성이 줄어든 영업 환경도 이러한 은행의 점포 줄이기에 한몫하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12~2015년 인터넷 및 모바일 이용 건수는 연평균 26.7% 증가하는 등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은행들은 비대면 거래 활성화에 따라 점포 개혁에도 나선 상태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에 이어 농협은행과 KEB하나은행도 올해 허브 앤 스포크(Hub & Spoke) 방식을 도입한다. 허브는 바퀴, 스포크는 바퀴살이란 의미로 허브 센터와 스포크 영업점으로 구성된 클러스터를 구축해 영업점 간 시너지를 창출하는 협업모델이다. 개별 점포가 갖기 어려운 기업금융, 자산관리 등의 전문역량을 공유하고, 지점 간 상호협업을 통해 고객에게 더욱 전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은행들은 이런 방식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하면서 영업점 중심의 업무도 모바일 등 디지털 분야로 대이동 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디지털 금융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윤종규 KB금융 회장), “비금융과의 제휴를 통해 고객의 디지털 생활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한동우 신한지주 회장), “핀테크의 무한 경쟁은 이제 본격화했다”(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등 금융권 수장들의 올해 신년사만 봐도 알 수 있다. 올해도 영업점 간 통폐합은 더욱 가속화될 공산이 크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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